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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선필: 끽태점喫態店》 기자간담회,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객원연구원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끽태점 명패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2019년 첫 번째 기획전으로 돈선필 작가의 <끽태점(喫態店, Kitsutaiten)> 을 2019년 2월 20일(수)부터 6월 13일(목)까지 개최한다. 전시 개막 전 기자간담회에 참여하여 작가에게 직접 이번 전시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장연우 큐레이터(좌)와 돈선필 작가(우)

돈선필 작가는 지난 2001년 부터 근 20년간 피규어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며 자신만의 피규어에 대한 철학을 정립했다. 피규어(Figure)란 넓게는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동물 형상의 모형 장난감”, 좁게는 “”특히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캐릭터를 조형물로 축소 재현한 것”으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그는 피규어를 정밀한 조형 기술과 고액의 자본 투입으로 만들어지지만, 분명한 쓰임새나 목적성이 결여된 독특한 사물로 정의 했다.  작가는 피규어와 이를 둘러싼 산업 환경에 대한 다각적 분석과 접근을 통해 오늘날 현대사회를 들여다 보는 작업을 수행한다.
 

끽태점 (Kitsutaiten), 2019, figure, small sculpture, glass showcase, hardware floor box, LED light, 전시 일부

‘형태(態)를 음미(喫)할 수 있는 상점’을 뜻하는 이번 전시 <끽태점>은 진열장 안의 각각의 피규어가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한 각종 레디메이드 피규어, 그리고 그 사이에 간간히 숨어 있는 작가의 조형 작품이 전시된 진열장이 하나의 작품으로써 관객을 맞이한다. 파편처럼 나뉘어 있는 모습의 ‘끽태점’은 우리의 기억과 시간을 간직한 어떤 형태로, 각각의 사물들은 서로 다른 시간을 대변한다. 작가가 천착해 온 ‘피규어’는 단순한 축소모형이 아닌, 당대를 진술하는 특별한 상태이다. 이번 전시 역시 상점의 모습을 빌려온 ‘끽태점’이라 부를 수 있는 피규어인 셈이며, 작가는 이를 통해 지금 사용되는 언어의 단면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관객에게 제안한다. 


마이 비고 (My Vigor), 2012, figure, wood, spray paint, acrylic, 17x40x30cm

<끽태점> 외에도 전시장 구석 구석에 그의 초기 작품인 마이 비고(My Virgo)같은 작품들이 숨어 있으니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피규어의 탄생은 다수의 사람이 모여서 같은 목적을 바라볼 때 발생하는 공동의 언어와 같다. 그렇기에 작가의 행보는 피규어를 통해 언어를 해석하는 연구활동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장에는 어떠한 텍스트도 찾을 수 없다. 본디 아라리오의 전시 스타일이 많은 캡션을 달지 않는 것이지만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입구의 명판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텍스트를 찾아 볼 수 없는데 이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 된 것이라고 장연우 큐레이터가 설명했다. 어찌보면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전시가 될 수 도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진열장 속의 피규어들에게 집중하다 보면 관객 자신만의 텍스트를 이번 전시에서 얻어갈 수 도 있다.


(좌) 넥스트 백 도어 (NEXT back door), 2019, resin, spray paint, surface, acrylic, 55x40x35cm, 65x50x45cm 
(우) 디버깅 스테이션 (6/1 스케일) (Debugging Station (6/1 Scale)), 2019, figure, wood, spray paint, resin, urethane foam, paper box, industrial product, 145x50x60cm, 70x44x44cm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돈선필 작가는 차후 작업에 대하여도 코멘트 하였는데,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즐겨 보던 특수 촬영물(特殊撮影物, 일본에서 시작된 장르로 다수가 팀을 이루어 변신하여 괴수로 부터 지구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에 영감을 받아 얼굴에 대한 그의 철학과 고찰을 담은 조각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전시장의 출구에 설치 된 <넥스트 백 도어>는 이러한 다음 작품의 일종의 예고편으로 피규어 두상과 캐스팅에 사용한 겉틀이 한 세트이다. 이 작품의 핵심은 ‘얼굴’이다. 피규어 두상은 일종의 좌대로 기능하며, 안면 부분에는 다양한 사물이 부착되어 얼굴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번 전시에는 눈, 코, 입이 그려진 구겨진 종이 형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마지막까지 그의 작품과 철학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하는, 작지만 알찬 전시다. 


전시가 진행되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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