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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정 :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간담회, 아라리오뮤지엄인스페이스

객원연구원

엄태정 :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

2022.08.24~2023.02.26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8월 18일 오후 2시, 엄태정 작가의 개인전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2022년 가을 기획전인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 전시는 엄태정 작가가 형성기(1960년대)에 제작해 두었던 미발표작과, 평면과 드로잉 작품, 1970~80년대 작품과 함께 그의 최근작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투어를 진행하는 엄태정 작가(왼)와 장연우 큐레이터(오)


 18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는 전시 투어, 질의응답 순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시 투어와 질의응답 모두 엄태정 작가와 장연우 큐레이터가 함께 진행하였다.


 엄태정은 1960년대 서울대학교 재학시절 철의 물질성에 매료되어 금속조각의 길로 들어섰으며,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오로지 금속의 물질성, 사물의 사유로 공간과 시간에 대한 조형성에 몰두해왔다. 이러한 작업 태도는 그에게 조각가로서 정신적 스승이자 목표가 되었던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를 떠올리게 한다. 브랑쿠시에게 조각은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는 일이 아닌 참다운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고도의 정신적 수행이자 명상의 시간으로, 그의 삶 그 자체였다. 브랑쿠시에 깊이 매료된 엄태정에게도 조각은 사물을 사유하고 그 안에 내재된 본질에 다가서며 참다운 나(‘낯선 자’)를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엄태정의 예술적 기조로 인해 그의 조각 언어는 자연스럽게 대상을 재현하는 구상이 아닌 추상이 되었다. 



(뒤) 엄태정, <사계절의 노래>, 1980, acrylic on paper, 74.5x54cm

(앞) 엄태정, <순례길-북두칠성>, 1980, copper, 38x34x42cm


 전시장에 입장하면 바로 오른편에서 볼 수 있는 공간에는 엄태정 작가의 평면 작품 <사계절의 노래>와 조각작품 <순례길-북두칠성>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앞에 있는 엄태정 작가의 조각 작품은 북두칠성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북두칠성이 순례자들에게 순례길의 이정표가 되었던 것처럼, 이번 전시와 그의 작품을 통해 또 ‘낯선 자’로서 또 하나의 순례길을 걷게 될 관람객들에게 이 전시를 안내한다는 의미로 해당 작품을 전시장의 입구에 배치했다고 한다.



엄태정,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 2022, aluminum, steel, 250x106x200cm



작품을 설명하는 엄태정 작가


 전시장 안쪽 첫 번째 공간에서 제일 시선을 끄는 작품은 엄태정 작가의 신작이자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기도 한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이다. 두 개의 긴 직사각형 알루미늄 패널 사이에 철로 제작된 타원고리 두 개가 수직, 수평으로 끼워진 작품으로, 수직과 수평, 면과 선의 조형성과 은빛과 검정의 색채 조화를 통해 음과 양, 시간과 공간 등 서로 다른 요소들 간의 공존과 어울림을 이야기 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 두 개의 알루미늄 패널은 ‘낯선 자’의 은빛 날개이다. 은빛 날개 사이에 펼쳐지는 무한한 공간에서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타원 고리가 선회한다. 이 공간은 아름다운 영적인 에너지의 공간으로 낮과 밤, 모두를 품는다. ‘낯선 자’는 낮에는 그늘을 초대해 산책하고, 밤에는 별빛에 반짝이며 향연을 베풀고 춤을 춘다. 은빛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하강한 ‘낯선 자’는 꿈을 꾸며 우리에게 치유의 충만한 기쁨을 베풀고 영혼을 즐겁게 한다. 이렇듯 작품은 물리적 영역 너머 작가가 부단히 추구해온 치유의 시공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며, 관객은 스스로 ‘낯선 자’가 되어 그 속에서 사유하고 깨우치는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엄태정, <철의 향기>, 2020, copper, steel, 107x200x100cm

 

그 다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조각 작품은 <철의 향기>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며, 바닥에 닿는 부분이 둥근 형태로 제작되었다. 양감 대신 선이 강조되어 있는 형태라 가벼워 보이지만 상단부의 구리 두 덩이를 제외하고 나머지엔 내부 전체가 철로 채워져 있어 무게가 상당하다.



엄태정, <만다라-시간의 향기를 담다-Ⅰ,Ⅱ,Ⅲ>, 2022, acrylic on canvas, 145x145cm (3EA)


 <철의 향기>의 뒤편과 왼편의 벽면에는 엄태정 작가의 평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엄태정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드로잉 작업을 한다. <철의 향기>의 뒤편에 걸린 <만다라-시간의 향기를 담다-Ⅰ,Ⅱ,Ⅲ>은 형태의 차이를 두고 작은 사각형을 채워나간 작품이다. 사각형을 채워나가는 과정은 작가에게 내적으로 충만해지는 풍요로운 반복이며, 이러한 반복의 과정이 쌓이며 그는 우주만물의 진리인 만다라에 한층 더 다가서게 된다. 작가는 이런 드로잉 작업이 자신에게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엄태정, <대지의 낯선 자>, 1969, copper, work: 80x29x28cm, pedestal: 13x29.5x24cm


1969년 제작된 엄태정 작가의 미발표작인 <대지의 낯선 자>는 작가가 처음으로 구리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제작된 지 오래되어 구리가 파랗게 산화된 부분을 볼 수 있다. 작품 하단 부분의 다리가 약간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운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다른 소장자에게 있다가 다시 작가에게 돌아온 작품으로 그간 발표를 하지 못하다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선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엄태정, <삼익조-하늘새>, 1969, copper, work: 49x30x33cm, pedestal: 14x19x20m


 <삼익조-하늘새>는 극장의 대기실로 쓰이던 작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작가는 비밀스럽고 작은 공간을 보고 건물을 설계한 김수근 선생의 영혼과 정신이 담긴 곳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에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 개의 날개를 가진 상상의 새이자 귀한 생물인 <삼익조-하늘새>를 설치했다고 한다.




엄태정, <낯선 자의 휴식>, 1975, copper, 50x127x50cm


1970년대 엄태정은 재료 내외부의 상반된 색과 질감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구리 조각들을 발표하였다. 해당 작품은 1975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구리의 매끈한 표면과 상반된 내부의 거친 질감은 모종의 긴장감을 자아내며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듯 하다. 더불어 작가가 이런 금속 물질들을 숙련되게 다루고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낯선 자의 휴식>처럼 관람객이 엄태정의 작품을 통해 순례를 마친 후 쉬어가며 전시를 갈무리 하는 의미로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에 설치되었다.

 


엄태정, <기 No.3>, 1971/2021, bronze, work: 92x210x40cm, pedestal: 30x90x40cm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입구에선 1970년대에 제작된 엄태정 작가의 구리 조각 작품들 중 하나인 <기 No.3>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71년 제 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후 작품을 은사의 집에 보관해 뒀다가 도난을 당해 잃어버렸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그 당시 기록해둔 여러 사진들을 보며 다시 제작하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작품보다 조금 더 크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공간이 ‘공간 사옥’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을 당시에도 건물의 입구 공간엔 엄태정의 다른 작품이 설치되었다고 하는데, 동일한 공간에 엄태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설치된 것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공간의 역사와 엄태정 작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 하다.



엄태정, <날개짓>, 1995, copper, 30x30x20cm


 엄태정 작가는 조각과 평면 작업을 비롯하여 야외 공공 조각 작업도 많이 진행하였다. 야외 공공 조각으로 제작한 작품의 모형인 <날개짓>은 이번 전시에 매표 데스크에 놓여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전시 투어 후 4층 공간에서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전시 투어와 질의응답 시간에서 오고 간 질문들을 추려보았다.


Q: 작품의 형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하다.

A: (엄태정 작가) 용접과 같은 작업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무리하게 재료를 재단하지 않는다. 쇠가 부르는 대로 즉 재료가 본질적으로 담고 있는 형태를 끄집어내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담아 2009년 성곡미술관에서 <쇠, 그 부름과 일>이라는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Q: <만다라-시간의 향기를 담다-Ⅰ,Ⅱ,Ⅲ>를 비롯한 다른 작품에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데, 특별히 작품이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건지 궁금하다.

A: (엄태정 작가) 밀교에 등장하는 ‘만다라’라는 말이 우주의 진리를 얘기하는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러한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기 위해 ‘만다라’라는 용어를 차용했을 뿐 따로 종교적인 의미를 담지는 않았다.


Q: 크지 않은 전시 공간에 무게도 많이 나가고 크기가 큰 대형 작품을 설치하는 게 고민이 되지 않았는지.

A: (엄태정 작가) 좁은 공간에 가득 들어찬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압도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작품이 형성하는 공간을 통해 그 안에서 작품과 마주하고 사유하며 스스로 깨우치는 시간을 경험하기를 바랬다. 때문에 작품 설치에 있어 큰 고민은 없었다.



시를 낭송하는 엄태정 작가


 마지막으로 전시를 기획한 아라리오뮤지엄은 “작가가 부단히 추구해 온 치유의 공간-조각과의 만남을 통해, 관객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진실에 집중하고 참다운 나를 발견하는 기쁨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엄태정 작가는 <은빛 날개의 꿈과 기쁨>을 제작하며 자신의 생각을 담아 쓴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소회를 대신하였다.



전시정보

- 관람 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성인: 15,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 문의: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02) 736-5700


정세영 jsy989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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