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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선고금명현전 (朝鮮古今名賢傳), 1922

정호경

『 조선고금명현전』, 조선홍문사, 1922, 22×16㎝,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


『 조선고금명현전』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과 학술적 성취를 이룩한 인물들을 소개한 이른바 인물백과사전식 책이다. 책의 구성은 서문에 해당하는 자서(自序), 주요 역사적 인물(名賢)의 초상화 77점과 충무공 이순신 옥대친필(玉帶親筆) 사진 1점으로 구성된 흑백도판, 신라(新羅朝), 고구려(高句麗朝), 백제(百濟朝), 고려(高麗朝), 조선(李朝)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분류된 명현의 목록과 각 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총 470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특히 각 명현의 초상도판은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한편, 미간을 찌푸린다든지, 피부에 생긴 검버섯이나 피부병 등 개인의 특징을 탁월하게 표현했던 점도 상호 비교할 수 있어, 우리나라 초상화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술적, 사료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술사적 의미까지도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충무공 이순신 옥대친필(玉帶親筆)

도판에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초상화를 필두로 해서, 이제현, 송시열, 정몽주 등 문관(文官)의 초상화가 대종을 이루며, 최영, 정유재란 후 조선으로 귀화한 명나라 장수 천만리(千萬里) 등 소수 무관(無官)의 초상화도 사용되었다. 특이한 점은 충무공 이순신만이 초상화 대신, 장군의 친필 편지와 현재 아산 현충사에 보관되어 있는 옥로(玉鷺), 명나라 장수에게서 선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요대(腰帶) 사진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흐릿한 흑백 도판 탓에 허리띠 세부 장식은 잘 보이지 않지만,『난중일기』에 따르면 충무공은 명나라 장수로부터 ‘금대 하나(金帶一)’를 선물 받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여기에 사용된 요대가 같은 유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에 통영 제승당, 여수 충민사, 아산 현충사, 여수 장군영당, 이렇게 4곳에 충무공의 오래된 초상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더욱이 이 책이 발간된 1922년에는 장군의 초상화를 충분히 수록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유독 충무공의 초상화가 사용되지 않은 점은 임진왜란부터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특별하게 존재했던 한 인물과 그 인물의 초상조차도 삭제하고 싶어했던 일본의 입장을 투영한다. 이미지의 삭제와 부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더 큰 실존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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