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26)김형구, 자화상, 1955

한지형


김형구, 〈자화상〉
1955, 캔버스에 유채, 40×31


김형구(金亨球, 1922-2015)는 한국 구상미술 1세대 서양화가이다. 함흥 출생으로 1936년 누나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중학교 시절부터 일본에서 유학했다. 1941년 동경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하였으나 1944년 대동아전쟁 학도병으로 징집되어 중국 북지에서 복무하였다. 구사일생으로 1946년 고향으로 귀환하여 함남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온 가족이 흥남부두에서 미화물선 LST를 타고 월남하였다. 1953년까지 공군 국방부 종군화가 등으로 대구·부산 피난지에서 활동하였다. 전쟁이 끝난후 종군화가 단장인 이순석의 소개로 1953년 동성고등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하여 1973년까지 재직하였으며, 1976-85년까지 세종대학교 회화과 교수로 근무했다.

김형구는 다소 자유로운 학풍을 지녔던 제국미술학교에서 수학하면서도 사실주의 화풍을 선택했다.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하던 한국의 1950년대부터 일어난 모더니즘과 앵포르멜 등의 추상회화의 조류 속에서도 1970년대 후반부터 정밀한 묘사보다는 축약되고 색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는 사실주의 화풍에 기반한 삶 속에서 우러나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과 심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가는 재학시절을 제외하고 1950년대 이후 총 4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4점 중 1955년 자화상은 가장 이른 시기의 자화상으로 동성고등학교 재직시절에 그린 것이다. 동성고에 재직하면서 남학생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1955년 자화상은 종군화가 시절로 추정되는 군모를 쓰고 있는 작가의 모습이다. 작가는 자화상은 새로운 기법을 가장 쉽게 연마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활을 반영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일본 유학과 전쟁, 군복무와 월남, 가난과 전쟁의 상흔을 겪었지만 생명의 존귀함을 진실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일관된 화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듯, 과거를 회상하며 그린 어두운 색조의 배경에 군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작가는 초롱초롱한 눈빛과 엷은 미소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