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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해외 문화재 정책, 다시 생각하기

윤범모

 

불상을 도둑질하다. 무슨 영화 제목 같다. 하지만 이같은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고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불상을 도둑질하다니! 그것도 외국에서 도둑질하여 국내로 반입했다니, 그저 놀랄 따름이다. 대전지방경찰청과 문화재청은 쓰시마(大馬)섬의 가이진(海神) 신사와 관음사(觀音寺)의 불상 2점을 훔쳐 국내에서 팔려던 일당을 붙잡았다. 관음사 불상은 복장의 기록에 의거하여 원래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부석사는 소유권을 주장한 바, 일본 관음사의 불상 취득 시점과 1370년경 왜구의 약탈시점과 겹친다는 논리를 들었다. 결국 부석사는 반환 불가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이로서 부석사 불상은 관음사측이 정당하게 입수했다는 증거를 대지 않는 한 반환문제는 꼬이게 되었다. 법원은 장물인 것을 알면서도 즉각 반환 조치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단초는 이렇게 하여 비롯되었다. 관음사 불상의 일본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인은 한국에 대하여 악감정을 날로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2011년 현재 일본 소재 우리 문화재의 숫자는 6만 5,331점이라고 했다. 개인들이 비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 전모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문화재는 ‘국산’만 있을까. 예컨대 국내 소유였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중국 문화재는 위와 같은 숫자에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그 많고 많았던 국내 소장의 중국 서화, 이들 작품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한국의 문화재 정책은 왜 한국 문화재만 다루려하는가. 일본은 현재의 소유자가 일본이면 외국의 문화재라도 지정하여 보존한다. 우리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한국 소재 외국 문화재의 국보 보물은 과연 몇 점이나 있는가.
여기서 문화재 정책의 편협성을 확인하게 한다. 고려불화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고려불화의 숫자는 약 160점 정도를 헤아리게 한다. 지난 15년 사이에 30여 점의 신출자료를 추가한 결과이다. 이들 작품의 현재 소재지로 볼 때, 미국 소재 작품의 경우 15점 가량으로 이는 일본으로부터 구입한 작품들이다. 일본 소재 고려불화 작품은 120점 가량이나 된다. 한국의 경우, 16점으로 이는 모두 일본에서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고려불화의 명성이 날로 팽배해지면서 일본 소장 고려불화의 도난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현재 일본 소재 고려불화의 도난작품은 8점으로 알려지고 있는 바, 세간의 속설에 의하면 이들 도난작품은 모두 국내에 반입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미술품은 한국에만 있어야 하는가?
얼마전 국립중앙박물관 강당에서 동악미술사학회 학술발표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주제는 ‘일본 속의 한국미술’이었다. 관음사 불상 사건으로 미묘한 시기에 정말 미묘한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한 셈이다. 학자들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맞게 일본 소재의 한국 미술품에 대한 연구의 일단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마침 이 학술대회는 문제의 <부석사 동조 관음보살좌상>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발표자 정은우 교수에 의하면, 문제의 불상은 발원문이 있는 희귀한 예의 불상이어서 더욱 주목을 요한다고 했다. 이는 1330년 부석사 사부대중의 시주에 의해 제작한 불상이다. 이같은 부석사 불상은 부산항을 경유하여 국내 반입되었다. 공항과 항만에는 문화재청 소속의 문화재 감정관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문화재의 반출 반입에 따른 감정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부산항은 문제의 불상을 가짜라고 감정했고, 범인은 이를 토대로 하여 국내 반입을 성공시켰다. 그러니까 부산항의 문화재 감정관실은 사건을 키우는데 일조한 셈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국내 반입이기 때문에 감정 업무를 성심껏 하지 않았다는 변명이다.
하지만 미술품 감정은 반입이건 반출이건 가짜는 가짜이고 진짜는 진짜여야 한다. 국가적 사건의 발생에 기여한 감정관실에 대하여 문화재청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아직 소식이 없다. 차제에 문화재청은 감정업무의 획기적 개선책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지역 기관별로 채용하는 감정관을 전문 분야별로 선발하여 일종의 풀제로 활용한다든가,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해외 문화재 정책의 원칙 문제도 재고가 필요하다. 한국 제작 미술품은 모두 한국에서만 보존해야 하는가. 미술품은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연구하는 곳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지구촌 시대이다. 한국 미술품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어 사랑받는 대상이 될 수 없을까. 아니, 이는 하나의 꿈인가. 증거에 의한 약탈품과 장물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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