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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을 축하하며

윤범모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되었다. 11월 12일 오후, 미술관 야외에서의 개막행사는 대통령 참석의 ‘귀빈 행사’로 진행되었다. 날씨는 쌀쌀했다. 그동안 서울시 지도에서 국립미술관의 존재는 찾을 수 없었다. 한심한 일이었다. 그래서 미술계는 ‘유배’ 간 미술관 되찾아 오기 염원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실로 몇 년 만인가. 1986년 미술관이 과천 산골짜기로 이전한 이후 무심한 세월도 제법 흘렀다. 동물원 옆의 미술관은 독야청청만 했지, 미술계 중심부에서 담론 생산의 원동력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제 서울관은 기왕의 과천관과 덕수궁미술관 그리고 청주관과 더불어 새로운 국립미술관 시대에 진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원래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했다. 이제 40여 년이 넘어 경복궁 동쪽 기무사 자리로 왔으니, 참으로 멀고도 먼 여행을 한 셈이다.

작가선정에 대한 문제
설레는 기대감으로 개관전을 관람했다. ‘자이트가이스트 - 시대정신’, 아하, 시대정신? 서울관이 출범에 즈음하여 ‘시대정신’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하게 했다. 시대정신! 하지만 전시장을 둘러본 많은 하객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몇몇 전문가들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울대 동창회에 온 것 같다, 기획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시대정신이라는 개념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한 것 같다, 잔칫날 현장에서 듣는 지적사항은 정말 안타깝게 했다. 무엇보다 일국의 대표 미술관 출범치고 개관전에 너무 안일하게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지적,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소장품 전시, 보아왔던 작품들의 맥락 없는 나열, 그것도 외부 기획자의 힘으로, 시대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굳이 자이트가이스트라는 외국어를 앞세워 포장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관객을 불편하게 하는 수식어는 전시의 개념을 명쾌하게 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튼, 개관식날 미술관은 하객에게 전시도록 대신 초콜릿을 기념품으로 나누어 주었다. 참으로 특이한 일이었다.

예술품 검열? 전시장에서 퇴출?
개관과 관련하여 언론은 예찬과 문제점 지적에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신문은 ‘청와대서 일부 작품 빼라 요구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통령 참석 행사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행사 전에 청와대 직원이 전시장을 살펴보고 몇몇 작품을 제외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사회참여적 성향의 작품들’이 빠졌다는 것.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예술품의 검열? 전시장에서 퇴출된 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는 통일운동가 문익환 목사가 남북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을 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정말 화합과 통일을 위한 우리 시대의 담론일 ‘하나’라는 상징적 도상, 그것을 삭제한 것이다. 더불어 추방된 이강우의 <생각의 기록>은 80년대라는 암울한 시대를 일그러진 얼굴들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들 작품이야말로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작품이 아닐까. 하지만 이들 작품은 개관전에서 볼 수 없었다. 물론 시대정신을 창작세계의 원천으로 삼고 작업한 많은 작가의 작품도 누락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남궁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이제 장도에 오른 미술관의 미래에 필요사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명감과 전문성이다. 미술관에서의 순직,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뭉쳐졌을 때, 미술관의 면모는 일신될 것이다. 더불어 절실한 부분은 전문성이다. 미술관은 전문기관, 당연히 ‘프로 근성’으로 똘똘 뭉쳐 있을 때, 제대로 된 미술관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갈 길은 멀다. 책임운영기관 문제조차 정리되지 못한 실정, 그렇기 때문인지 인력 충원조차 없이 이번 서울관 개관을 보게 한 정부의 조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정부의 예술문화 정책은 원칙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이것이 문화예술의 활성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서울관의 개관을 축하하며 새로운 미술관 모습으로 시민들의 사랑받는 사랑방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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