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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지리산프로젝트와 우주예술

윤범모

지리산프로젝트 ‘우주예술집’ 전시의 실상사 명부전에 진열된 <하늘배>(이재은 기획, 박지수 등 참여)


지리산이 시끄럽다. 미술가들 때문이다. 조용하던 산자락에 미술가들이 모여들면서 ‘혁명’을 꿈꾸고 있다. 혁명의 내용은 무엇인가. ‘우주예술’, 아니, 뭐, 우주예술? 우주예술이 무엇인가. 정말 생소한 말이다. 우주예술이라니, 아무래도 뭔가 대단한 음모가 있는가 보다. 대외적 명칭은 소박하게 지리산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생명평화의 산실처럼 뭔가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그래서 지리산은 바쁘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은 이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생명의 모태로 거듭나려고 회임(懷妊) 중이다. 여기에 남원 실상사의 도법 스님을 비롯하여 가톨릭과 개신교 등 종교연대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 한반도에서 타 종교인끼리 가깝게 지내는 곳은 지리산 자락이 으뜸일 것이다. 이들 종교인은 지리산 둘레길을 문화예술의 길로 만들자면서 의기투합하고 있다. 그래서 실상사와 가톨릭재단에서 운영하는 성심원 등은 새로운 길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미술가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작업장과 더불어 숙식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산청 성심원의 문화예술에 대한 성심(誠心)은 찬탄의 대상이다. 원래 성심원은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복지시설이었다. 중세 수도원 같은 분위기의 건물들은 단지의 분위기를 이국적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근래의 성심원은 건물들이 텅 비어가고 있다. 과거와 달리 한센병 환자의 숫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심원은 공간을 미술가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대강당은 뮤지엄으로의 탈바꿈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하동군 삼화실마을의 에코하우스도 지리산프로젝트의 일원으로 기여하고 있다. 이들 지리산프로젝트는 김준기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김지연(실상사), 최윤정(성심원), 이영준(에코하우스) 등 전문 큐레이터들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프로젝트를 실행시키고 있다. 현재 이들에 의해 입주작가를 중심으로 야심적인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센병 환자 시설과 전통사찰에서의 현대미술 전시! 이는 상상 밖의 ‘혁명’이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이들이 꿈꾸는 주제는 ‘우주예술’, 그래서 지리산은 거룩하다. 전시 개막과 더불어 창원의 경남도립미술관은 성심원에서 대단위의 학술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주제는 생명평화, 공동체 예술, 지리산과 예술 등이었고, 이를 위해 경향 각지에서 100명 가량의 미술인이 모여 감동을 함께했다. 정말 열기가 넘치는 모임이었다.

개인에서 우주로, 모든 생명가치 존중하는 예술 실천
그렇다면 우주예술은 무엇인가. 아니, 지리산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개인과 공동체와 자연의 생명평화 가치를 담아 우주를 품는 예술프로젝트이다. 우주는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 때문에 우주는 자연 그 자체이고, 물론 인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먼지 하나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 세상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우주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대로 존재가치가 있다. 이들 존재는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생명가치를 존중하는 태도, 이를 위한 예술활동, 그것이 바로 우주예술의 출발점이다. 주최 측의 주장이다. 

“지리산프로젝트는 예술적 소통을 매개로 하는 지역화 전략의 장이다. 이제는 전 지구적 보편성에 기대어 중심과 주변의 미분법을 스스로 키우는 일을 멈추고, 전 지구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한다는 글로컬리즘의 실천 불가능한 의제를 넘어서서, 지역적으로 사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지역주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고, 나아가 지역과 지역 사이의 교류와 협력, 우애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상호지역주의 가치를 추구할 일이다. 지리산프로젝트는 우주적 관점에서 먼지 한 톨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는 마음으로 전 지구와 지역,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넘어설 것이며, 전 지구화 시대의 대안으로서 지역화 전략을 실천하는 장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주예술집’이라 부른다.”

멋있는 ‘선언’이다. 나는 오늘 우리 집 마당에서 풀을 뽑았다. 아니, 나는 오늘 우주의 마당에서 풀을 뽑았다. 우리 집 마당은 개인 소유의 좁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우주의 마당하면 그 울림이 얼마나 큰가. 풀을 뽑는 똑같은 행위이지만 우리 집 마당과 우주의 마당은 의미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진다. 도법 스님이 차를 따라주면서 나에게 들려준 법문이다. 이왕 풀을 뽑으려면 우주의 마당 풀을 뽑자. 우리 집 마당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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