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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폐허와 예술 낙원 : 나오시마 유감

윤범모

이누지마정련소미술관 외경


무너지다 만 높은 굴뚝과 벽돌 담장, 바닷가의 폐허, 묘한 감흥을 일으키는 풍광이다. 이누지마(犬島)라는 조그만 섬, 주변 둘레라 해봐야 4km 정도. 한때 양질의 화강암 채석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며 오사카성(大阪城)의 석재도 이곳에서 공급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누지마는 구리 제련 공장으로 성수기를 누린 때도 있었다. 1910년대의 이누지마제련소는 5-6,000명이 일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구릿값의 폭락은 공장 문을 닫게 했고 세월은 폐허를 남겼다. 게다가 공장의 결과물은 환경파괴 문제까지 안게 되어 섬은 오욕(汚辱)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폐허의 땅, 현재 이곳은 새로운 활력으로 넘치고 있다. 재생과 보존이라는 차원에서 예술의 현장으로 거듭나 각광받는 관광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폐허의 땅 이누지마를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한 것은 나오시마(直島)예술프로젝트의 결과이다.

나오시마, 이누지마 등 10여 개의 섬에서 펼치고 있는 예술축전으로 올 한 해를 빛내고 있다. 이름하여 세토우치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 2016), 겨울을 제외하고 3계절을 특화해 주최하고 있다. 섬으로 둘러싼 세토나이카이는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독특한 풍습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의 이유로 고유문화는 시들고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지역에 ‘바다의 복권’을 기도하며 국제 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겉으로 겸손한 자세를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혁명’을 기도하고 있다. 

이누지마정련소미술관은 폐허의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했고,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한 전시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이번 축제는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를 주제로 삼은 야나기의 작품으로 장식했다. 첫 방에 들어서면 영상 작품 하나, 바로 이글거리는 태양의 모습이다. 내 눈에는 태양이 마치 일장기처럼 보인다. 미로처럼 생긴 기다란 통로를 더듬거리며 걸어도 계속 보이는 데, 이는 꺾어지는 사각마다 거울을 장치했기 때문이다. 터널을 나오면 온실 같은 방에 문자를 새긴 설치작품이 보인다. 바로 미시마 유키오의 격문이다. 군국주의를 외치며 할복자살했던 현장의 문장이다. <금각사(金閣寺)>와 같은 미문의 작품을 쓴 소설가가 극우파로 할복하다니, 또 그의 격문을 미술 작품화하여 세계인을 끌어들이다니, 나는 경악할 수밖에. 이누지마는 폐허의 공장지대를 멋진 미술관으로 만들어 놀라게 했고, 또 그 안에 설치한 작품 내용이 군국주의의 부활이어서 또 놀라게 했고, 나는 입 다물 수밖에.

나오시마예술프로젝트는 우리에게 공부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공들여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시켰다는 점이다. 데시마미술관의 건축 구조물과 물방울, 베네세하우스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 흥미로운 것은 안도 다다오 건축의 지추(地中)미술관이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얌전한 구조물들, 하늘에서 보면 정사각형, 직사각형, 삼각형같은 도형들의 군집과 같다. 지하미술관은 클로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등 전시공간을 특화했다. 이들 전시장은 관객을 줄 세우고, 신발을 벗게 하고, 입 다물게 하고, 사진 찍지 못하게 하고, 미술관이 이렇게 숨 막히게 하는가. 압권은 월터 드 마리아 공간이다. 전시장 내부는 계단을 마련하고 그 중앙에 지름 2m가 넘는 거대한 구체(球體) 하나, 그리고 양측의 벽면에는 27개의 금박 나무 기둥이 있다. 마치 신전(神殿)과 같은 분위기. 안내원 아가씨의 부동자세는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미술작품을 숭배물처럼 봉안하고 있는 곳 같다. 작품 제목 <Time / Timeless / No Time(2004)> 역시 겁주기는 마찬가지. 나오시마의 숨은 의도는 성전(聖殿) 혹은 제국 건설일까. 왜 이렇듯 미술작품을 숭배의 대상으로 모셔놓았을까. 아니, 미술작품을 이렇듯 학대하고 있을까. 한편으로는 선(禪)불교를 활용하고 있으면서.

이누지마 마을의 설치작품들은 인상적이었다. 건물 외형은 마을의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은 사뭇 진지하고 실험적으로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나오시마예술프로젝트, 음양을 따져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죽은 섬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킨 장기 계획만큼은 박수칠만하다. 폐허와 예술 낙원, 여반장(如反掌)인가. 발상의 전환과 꾸준한 추진력. 그렇다, 열정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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