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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서울시 상징 ‘해치’는 엉터리인가

윤범모

호랑이, 작자 미상, 조선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2017


‘호랑이가 온다.’ 어린아이가 울면 엄마가 한 말, 호랑이가 온다. 그러면 아이는 울음소리를 멈추었다. 어렸을 때 듣던 말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은 동물원이나 가야 호랑이를 볼 수 있다. 그 많던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일본 제국주의는 호환(虎患)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우리의 호랑이를 말살시켰다. 이 땅에서 그들은 조직적으로 호랑이 사냥을 했다. 사라진 호랑이가 백주에 서울 한복판에 나타났다. 현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이고, 전시 제목은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1.26-3.18)이다. 그것도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행사의 하나이다. 호랑이는 올림픽의 마스코트이다. 전시는 한·일·중 삼국의 미술에 나타난 호랑이를 모은 것이다. 역시 호랑이하면 한국인가. 실제 호랑이가 없었던 일본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시장에서 중국의 호랑이 미술이 허약한 것은 웬일인가.

어려서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누가 백수(百獸)의 왕인가. 불행하게도(?) 이들은 싸울 일이 없다. 한반도의 지도 모양을 호랑이 형태로 그린 그림이 있을 정도로 호랑이는 동북아시아의 대표 맹수였다. 하지만 인도를 중심으로 동쪽 나라의 경우, 사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미술에 나타난 사자는 너무 많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뛰어놀던 사자가 어찌하여 한반도에도 많이 왔을까. 무엇보다 사자는 불법(佛法) 수호의 상징이다. 그래서 불상 좌대부터 금강역사의 장식이나 문수보살과 함께했다. 실물을 볼 수 없었지만 사자 도상은 자주 출현했다. 북청 사자놀이의 경우처럼 우리 민간에서도 사자는 사랑받는 존재였다. 


용과 호랑이, 조선 19세기 ⓒ국립중앙박물관, 2017


일반적으로 미술작품 속에 나타난 사자의 모습은 소라고등처럼 말린 갈기털과 먼지털이 같은 형태의 과장된 꼬리이다. 몸의 털은 특정한 형식의 문양이 없다. 이와 같은 표현형식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의 사자는 민무늬에서 원형 무늬로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통일신라 시대에 나타난 이후 18세기 영조 시대에 무문(無紋)과 원문(圓紋)의 공존 시대를 거쳐 19세기 고종 시대에 혼란을 보였다. 그러니까 원형 무늬 사자를 ‘해치’로 인식하는 오류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사자, 해태, 해치, 이들의 관계는 무엇인가. 더불어 서울시 상징으로 내세운 ‘해치’는 정당한가. 근래 임수영은 사자와 해치의 관계성을 집중 연구한 논문을 박사학위 청구논문으로 제출했다. 이 논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서울시 상징인 해치는 오류이다.’ 정말?


임수영 박사논문 자료 부분



서울 광화문 앞의 쌍사자상은 경복궁 중건 시기에 제작되었고(1868), 제작자는 이세욱으로 알려졌다. 사자상은 화산(火山)인 관악산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했다는 주장도 있다. 목조건축의 최대 적은 화마(火魔)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사자는 직모(直毛) 끝이 둥글게 말린 직권 혼합형 갈기와 부채처럼 퍼진 공작선형 꼬리의 모습이다. 갈기는 머리에 붙어 등으로 내리면서 삼각형을 이루었고, 꼬리는 거꾸로 된 U자 형식으로 허리까지 올려붙였다. 몸의 털은 원형 무늬로 장식성을 가미했다. 이는 한국 사자상의 전통을 지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2008년 서울시의 상징으로 광화문 사자를 선택하면서, ‘해치’라고 명명한 데서 발단되었다. 사자가 해태도 아닌 해치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치는 무엇인가. 해치는 중국 고문헌에 나오는 판관(判官) 역할의 신수(神獸)이다. 외형적 특징은 머리에 외뿔이 달린 일각수(一角獸)이다. 하지만 광화문 사자는 뿔이 없고 원형 문양을 갖고 있어 해치로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 상징은 ‘해치’여야 하는가. 정말 서울시 상징 ‘해치’는 엉터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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