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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신보슬, 예술과 사회를 아우르는 길 위의 큐레이터

김준기

근대적 모형의 박물관 정신에 입각하면, 큐레이터는 역사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객관적 연구대상을 조사 연구하고 수집·보전·전시·교육하는 보수적인 직종이다. 그러나 미술·박물관의 경우, 특히 현대미술을 다루는 경우 이러한 보수적 가치는 실현불가능한 일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포스트뮤지움 논의에서는 큐레이터가 적극 현대미술의 장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것을 새로운 윤리로 채택하고 있다. 동시대미술을 다루는 뮤지움의 큐레이터 정신은 예술의 사회성과 현장성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참여하고 개입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근대적 박물관 정신과는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출처: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신보슬만큼 예술적 실천에 밀착한 큐레이터도 드물다. 그는 미술·박물관 종사자의 쟁점 가운데 하나인, 예술현장과 거리를 둘 것인지, 밀착할 것인지 하는 논란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현장밀착을 선택한다. 그는 역사를 갈무리하기보다는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데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새로운 현장에 밀착하여 프로젝트를 만들어 나가는 현장 속의 큐레이터다. 지금 여기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성은 신보슬을 살아있는 큐레이터로 만드는 힘이다. 그의 현장은 미술현장이면서 동시에 사회현장이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큐레이터로서 신보슬 정신의 출발지점이다.

길 위의 큐레이터 신보슬. 끊임없이 움직이는 신보슬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수사다. 그는 ‘로드쇼’를 하면서 10년 가까이 예술가들과 여행을 다녔고, ‘바틱스토리’ 때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과 7년 가까이 일했고, ‘벙커465-16’ 때는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학생들과 함께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 세월호 추모공원을 만든 ‘옐로우 아일랜드’도 있다. 지금도 가로×세로 10cm 작품을 10만 원에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10의n승 tentothen.com’을 추진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3시에 작가 및 기획자들과 만나는 ‘월요살롱’을 5년간 진행해온 것도 신보슬의 현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분주히 움직이는 큐레이터 신보슬은 그러나 한집에 눌러앉아 세월을 보내온 인하우스큐레이터다. 지난 15년간 토탈미술관에서 일해온 신보슬은 노준의 관장과 최상의 멘티, 멘토 관계다. 사립미술관에서 흔치 않게 노준의 관장과 신보슬 큐레이터는 스승과 제자이며, 협력자이자 조력자로서 긴 시간을 동행하고 있다. 비결은 창의력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적 실천에 관한 신뢰이다. 실험과 도전 정신을 누구보다 중요시해온 토탈미술관의 예술정신을 신보슬은 그 누구보다도 섬세하고도 대차게 끌어안고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가 ‘방과 후 큐레이터’라는 교육프로그램에 애정을 가지는 것도 예술과 삶을 이분화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적인 문화생산자로 살아온 그의 일관성에서 나온 일이다.

오늘날의 신보슬을 만든 것은 안정적이고 평온한 미술이 아니었다. 그는 ‘탄광촌미술관’(2000)이라는 ‘새로운 예술의 해’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진작가 노순택 개인전 ‘비상국가’는 서울과 유럽 여러 도시에서 열린 프로젝트로서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성찰하는 급진적 비판예술이다. ‘로드쇼 프로젝트’는 10년 가까이 국내외 현장을 누빈 현장예술로서 전시장 큐레이터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신보슬 정신을 가장 잘 담은 프로젝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한 ‘바틱스토리’는 마을단위 공동체예술로서 삶에 밀착한 예술의 사회적 실천의지를 담은 일이다. 

아트센터나비에 이어 미디어시티서울, 대안공간루프 큐레이터를 지내며 한국사회의 대안적인 미술현장을 창출하는 데 주역으로 활동해온 그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향하여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활동의 저변에는 특정 매체나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예술과 함께 해온 그의 큐레이터 이력이 깔려있다. 내로라하는 주요 공간과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한국 미술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예술의 공진화라는 신보슬 정신의 기조는 반듯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현재 웹3.0 기반의 메타버스와 NFT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사회·협치를 고민하는 ESG 관점에서 예술의 책임과 윤리를 재구성하는 것도 그의 관심사이다. 길 위의 큐레이터 신보슬의 움직임은 현재진행형이다.



- 신보슬(1972- ) 이화여대 철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학전공 석사 후 박사수료. 아트센터나비 큐레이터, 미디어시티서울 2004 전시팀장, 대안공간 루프 책임큐레이터, 토탈미술관 큐레이터(2007- ) 재직. 2022년 박물관미술관의 날, 올해의 우수전시기획상 수상, 2018년 문화체육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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