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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이채영, 백남준 또는 미디어아트의 두 갈래 한 길

김준기



이채영의 시작은 2000년부터 5년간 운영한 서울 광화문 쪽 흥국생명빌딩의 일주아트하우스였다. 청년큐레이터 이채영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꽃봉오리를 틔우고 있던 미디어아트 전문 공간에서 미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일주의 개관 준비부터 운영과 마감을 함께한 그는 신진 작가 발굴 전시는 물론이고, 미디어아티스트들이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는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아카이브와 상영공간을 마련해 비디오아트와 영화 등의 장르를 포괄하는 영상미디어아트 지원체제를 만들고 꾸렸다. 당시로써는 드물게 기업체 후원의 대안공간으로서 미디어아트 공간의 새 길을 열어갔기에 이채영의 초창기 큐레이터 활동은 낯선 길이면서도 새로운 전형을 만든다는 보람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2007년부터는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백남준과 미디어아트의 시적 시간성 <달의 변주곡>, 백남준이 말하는 TV로 만들어낸 코뮌에 대한 사유와 역사를 담은 <비디오 코뮨>,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 사운드아트와 그것이 견인해낸 감각의 확장을 다룬 전시 <x_sound: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 예술적 삶의 전술에 대한 탐구인 <전술들>, 그리고 세월호 추념 전시 <사월의 동행> 등이 그것이다. 묵직하면서도 동시에 대중적 호소력을 갖춘 전시들을 통하여 그는 이채영다움을 창출해왔다.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출발한 그는 백남준과 비디오아트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연구와 전시를 펼쳐왔다. 

이 가운데서도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프로젝트, <#예술 #공유지 #백남준>은 커먼즈로서의 미술관에 대한 사유를 담은 전시이다. 미술관 조직원 전체와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협업을 통해 기획한 이 프로젝트에는 전시, 인터뷰, 아카이브, 커뮤니티 프로젝트, 교육, 포럼 등 다양한 과정들이 담겨있다. 이채영은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을 담아냈다. 대부분의 미디어아트 전시들이 기술결정론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매체 그 자체를 중심에 둔 나머지, 서사성이나 사회성을 간과하는 오류와 한계를 범하곤 하는데, 이채영은 그 너머를 꿈꾼 백남준정신을 살려 미디어아트의 현재성과 사회성을 담고자 했다. 
이렇듯 일관된 가치와 방향을 견지하며 이채영다움을 만들어온 그는 공공서비스로서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사람의 책임감을 중요시한다. 그것은 관객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대화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예술과 예술가,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이채영은 미술박물관 종사자들 가운데 다소간 이례적으로 보일 정도로 책임감, 대화, 사회적 역할 등을 강조하는 큐레이터이다. 따라서 이채영정신의 핵심은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나아가 뮤지움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한 큐레이터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데 있다. 

이채영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만 15년간 일해온 백남준/미디어아트 전문가이다. 미술관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단일한 정체성을 쌓아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쉽지 않은 한국의 미술계 혹은 박물관계에서, 이채영과 같이 백남준과 미디어아트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지속성을 쌓아온 큐레이터는 매우 드물다. 경기도청 소속 사업소에서 경기문화재단 소속 기관으로 바뀌면서 재정과 조직 환경이 열악해졌고 적잖은 부침을 겪었지만, 이채영은 큐레이터 신념을 지키며 한 길을 걸었다. 

이채영이 걸어온 길은 ‘미디어아트’와 그것의 창시자 ‘백남준’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진 하나의 길이다. 백남준아트센터의 개관 멤버인 그는 실무담당 큐레이터에서 학예총괄의 시니어큐레이터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경험을 쌓은 광폭 시야각의 소유자다. 이제 이채영의 지위와 역할은 기획자와 조직 관리자의 역할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나가는 데로 전환하고 있다. 그것은 백남준이 그러했듯 현실의 지평에서 그 너머를 지향하는 미래 미술관에 대한 사유와 실천의 길이다.


- 이채영(1973- ) 홍익대 역사교육 학사, 동 대학원 미학과 석사. 고려대 대학원 영상문화학 박사과정 수료. 일주아트하우스 큐레이터(2000-2005),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2007-2015)·학예팀장(2017-2021), 경기도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제2회 프리미어 영화평론가 공모 우수상 수상(2002). <x_sound: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로 월간미술대상 전시 부분 대상(백남준아트센터 수상(2012), (사)한국박물관협회 주관 제26회 자랑스런 박물관인상 젊은부문 수상(2023). 현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운영실장(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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