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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석우, 겸재의 한강 탐사추적 연구 중 가슴 아픈 별세

김정

1 이석우, 김정 드로잉

이석우(1941-2017) 선생은 미술의 인문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다. 작년 1월 23일 병원에 입원 후 퇴원 13일 만에 응급실로 이동, 급성폐질환으로 별세하셨다.

사학전공에 미술비평 장르를 인문학적 연구로, 영국을 왕래하며 폭넓게 저술해온 학자였다. 더욱 아쉬운 건 최근에 겸재의 한강추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겸재의 행적을 따라 북한산-옥인동-홍은동-마포-양화대교까지 한강 줄기를 탐사 중이었다. 평소 이석우 선생은 수첩에 메모를 비롯해 자료수집과 기록을 철저히 해온 습관이 있었다. 상대방이 미안할 정도로 바로 면전에서 수첩을 꺼내 기록하는 모습이 그에겐 자연스러운 행동이다.그러나 상대방 당사자는 말하기가 겁날 수도 있는 것. 어떤 이는 말하다가 이 선생이 수첩을 꺼내서 적는 모습에 놀라 말을 어물쩍 끝낸 분도 있다고 했다.

내가 본 이 선생의 기록 습관은 두 가지다. 최근에 기억력 저하로 인한 것과 평소 기록 습관이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전자는 누구나 고령으로 가면서 생기는 것이고 후자는 연구자료의 날자 기록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이석우 선생은 둘 다 해당되는 분으로 충분히 이해했었다. 그의 연구논문이나 저서는 정확한 기록의 산물이기에 더욱 믿음이 배어있다. 그런 모습을 나는 늘 존경하면서 좋아했다. 이 선생과 필자는 허물없이 지내온 사이였다.

2 김정, 이석우

내가 그분의 연구를 높이 평가한 이유는 증거 확인이 철저하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분당의 오피스텔 연구실은 이 선생의 학문연구센터였다. 자료문건과 취재 노트는 엄청났다. 이 선생만큼 쌓아놓은 개인연구자료는 드물다. 상자마다 봉투마다 서랍마다 자료가 넘쳐 쌓인 게 연구실 풍경이다. 그런 복잡한 연구실 공간에서 예술 및 인문학 원로들이 일 년에 두세 번 연구발표와 토론을 했다. 밤 늦는 줄 모르고 담론이 오간 시절이었다. 이 토론방을 만든 이가 이석우 선생이다. 원로 외에 참석자는 대학원 박사과정 5학기 이후 원생들만 허용한 건 작은 연구실 사정 때문이었다.

그 시절 필자도 연구실에서 <김정 아리랑 회화작업, 노래 듣다>담론을 발표 했었다. 나에게 기타를 꼭 지참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기타 실력도 신통찮은 나는 이 선생의 애쓰는 노력에 뭔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게 즐거웠다. 이 선생이 좋아하는 음식은 추어탕과 매생이 국밥, 식성도 나와 비슷했다.


3 이석우 교수 필적

이 선생은 늘 연구하는 태도지만, 겸재정선미술관장 이후엔 더 바빠졌다. 특히 안휘준 교수의 저서를 좋아했고, 근래 저서인『 조선시대 산수화 특강』(사회평론아카데미, 2015)에 심취해있었다. 2016년 이 선생은 국악방송에 출연, 경북 영천의 시안미술관 주최 ‘김정 독도아리랑 특별전’을 쾌거라 언급해서 과분한 칭찬에 나를 부끄럽게 했다. 독도 아리랑 특별전시를 이 선생에게 알린 적도 없고, 팸플릿도 안 보냈지만, 세상 돌아가는 걸 다 파악하시는 분이었다.

이석우 선생은 인문학 학자지만, 평생 혼자 그림을 그려온 노력파였다. 그 모습을 보아온 목동 좋은샘교회 유경선 목사님이 2015년 이 선생 드로잉과 수채화 그림으로 교회에서 초대전시를 했다. 오픈 때 참석한 열화당 이기웅 대표도 축하 말씀을 통해 “헛된 과장이 없는 마음속 그림을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겸재정선미술관장 재직 시 가정이 어려운 젊은 신인을 발굴,초대전을 해주며 용기를 주는 인간적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치 자상한 아버지 같은 마음이 있어야 된다. 물론 뒤에서 김병희 문화원장의 숨은 도움도 있었으리라 본다.


4 이석우 선생 묘지

지난봄 필자는 광화문 교보문고 들렀다가 우연히 이 선생의 신간 저서가 베스트셀러 판매대에 있는걸 발견하고, 그 책 모습을 찍어 카톡으로 이 선생께 보냈다. 사진을 받아보고 기분이 좋아 활짝 웃는 표정은 소년 같은 천진스러운 모습. 이제 모두 지나간 추억인 것이다. 2017년 9월 추석 전 나 혼자 조용히 공원묘지를 찾아 이 선생을 만나 한참 앉아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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