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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기록을 통한 ‘문화지도 그리기’의 힘

윤진섭

얼마 전 묵직한 책 세 권을 받았다. 작년에 경기도미술관이 기획한 ‘경기천년 도큐페스타’의 아카이브 자료집이다. 2018년 9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구)임학임산학관/(구)서울농대캠퍼스)에서 열린 이 전시는 옥상을 포함, 3층 건물 전체를 전시장으로 꾸며 대충 돌아보는데도 한나절이 걸릴 정도로 시각적 볼거리가 대단했다.

『경기천년 도큐페스타 경기아카이브 지금,』, 『경기천년 도큐페스타 경기도미술관 특별전 경기아카이브 지금, 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희귀자료 모음집』, 『경기천년 도큐페스타 경기도미술관 특별전 경기아카이브-지금,』(도록)은 각 권이 무려 700-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경기 아카이브_지금,’ 전시전경


이 전시는 ‘경기(京畿)’라는 이름이 등장한 지 천년을 맞이하여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미술관이 주관한 행사로 비단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문학, 문화재, 축제, 민속, 인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음반, 영상, 조형물 등의 자료를 망라한 것이다. 따라서 비단 창작의 부산물인 기록 자료뿐만 아니라, “‘경기천년’이란 주제에 맞춰 경기문화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굿과 문화재 자료까지 수집”(최은주 경기도미술관 관장)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무려 천년에 달하는 경기도의 축적된 문화지도를 체계적으로 그리는 일은 말이 쉽지 결코 간단한 사업이 아니다. 우선 시공간적으로 범위가 너무 넓다. 고려에서 현재에 이르는 천 년의 역사를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구현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취사선택이 가능하고 어떤 전시공학과 방법론이 동원돼야 전시의 기획의도와 목적이 효율적으로 달성될 것인가?

이 전시를 총괄 지휘한 김종길(경기도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이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용어로 기획의 변을 대신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로부터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가 바로 ‘반야용선’이란다. 다시 그의 말을 빌리면“참 지혜와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세찬 파도를 가르며 건너기 위해서” 타고 갈 배인 것이다. 그것은 또한 정신적으로는 이승에서 저승을 매개하는 하나의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공간은 그러한 소망 충족과 함께 현실에 대한 승화, 미래에의 원망(願望)이 일종의 문화적 형식으로 구현된 예술작품들이 모인 전시공간으로써 (구)임학임산학관이다. 그 공간의 문화적 의미란 과연 무엇인가?



‘경기 아카이브_지금,’ 전시전경


‘경기천년 도큐페스타’가 열리는 이 건물에서는 약 두 달간에 걸쳐 성대한 축제가 벌어졌다. 물론 실제로 굿이 열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기획자인 김종길이 “천년의 문학과 예술과 문화와 사람들의 숨결로 화려하게 장엄(莊嚴)하는 순간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한 일상공간에서 축제공간으로의 전환은 그것이 ‘반성’의 계기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심리적 계기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론이 좌우로 분열돼 극심한 이념적 갈등을 겪는 경우, 그러한 갈등을 초월하여 도달할 수 있는 성스러운 정토 혹은 유토피아의 설정은 긴요한 사회적 의제가 된다. 그것이 통일이 됐든 아니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의 도약이 됐든, 우리 모두가 의식의 구각(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야 할 이유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59개에 달하는 작은 방들을 가득 채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료는 시대의 증언자로서 미래를 향한 이 시대의 외침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예술의 난장이 펼쳐지는 마당이며, 경기문화와 경기인의 꿈을 싣고 미래 천년 경기의 바다를 항해하는 배”(김종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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