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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사회적 거리두기’의 창조적 전환

윤진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 세상이 어수선한 요즈음이다. 그 이름도 생소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남과의 접촉을 꺼린다. 어쩌다 확진자가 나타나면 동선이 공개됨은 물론, 그 여파로 확진자가 출입한 장소가 폐쇄된다. 그러니 자연 민심은 흉흉해지고 사회 분위기는 경직된다.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와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다. 이번 코로나19가 심각한 것은 이 질병의 감염 대상이 78억에 달하는 전 세계의 인구라는 점이다.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45만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가 무려 1만 6,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신문은 상황이 가장 심각한 뉴욕의 경우 지난 4월 7일 하루에 77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조선일보, 2020년 4월 10일자)



온라인 전시 ‘The Peaceful Warriors in Museum’ 메인화면


마치 형이상학파의 작가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그림에 나오는 장면과 흡사한 광경이 파리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인적이 끊긴 텅 빈 거리에 건물의 을씨년스런 그림자만이 도로에 드리워진 황량한 광경말이다. 예술가들의 예민한 촉수는 미래에 인류에게 도래할 이 가공할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범세계적 대유행) 사태를 미리 감지하고 그런 그림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예술이 지닌 신비한 힘이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의 경지에 오른 기리코의 혜안과 영감은 인간의 내면에 깊이 감춰져 있는 불안과 공포를 상징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증발해 버린 거리는 곧 닥칠 전대미문 인류의 대재앙을 예고하는 것 같다. 인간들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수많은 인파로 들끓던 광장 중앙에는 우뚝 솟은 동상만 홀로 남아 텅 빈 거리를 굽어보고 있지 않은가? 마치 자신은 인간의 교만과 위선, 그리고 이기심이 낳은 파국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자발적 격리를 의미한다. “내가 너와 함께 있기를 원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니 할 수 없이 거리를 둔다.”는 암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그것이 이 가공할 감염병 전쟁에서 가장 확실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대체 누가 보균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주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마스크의 착용은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위기가 곧 기회’임을 알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다중이 모이는 공공장소, 예컨대 미술의 경우 미술관과 화랑, 박물관이 문을 닫는 상황은 위기적 징후임이 분명하다. 애써 준비한 전시가 무기한 연기되고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들을 발표할 예정인 전시가 취소되는 사태는 당사자인 큐레이터와 작가에게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긍정적 사고가 발휘돼야 할 적기는 바로 이때다. 창작은 고독하게 작가 혼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새로운 창조를 위해 매진할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젖어왔던 습관과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론의 개척을 위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최근에 새로운 전시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웹 전시는 주목해볼 만하다. 미술평론가 조은정이 기획한 ‘The Peaceful Warriors in Museum’전(웹사이트 www.sixshop.com/bluecs)은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감상할 수 있는 대안적 전시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 하다.

역사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람들에 의해 더욱더 풍요로워진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 뭔가를 하는 게 더 낫다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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