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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고독 속의 소통과 몸의 언어

윤진섭

HanQ, 코로나19 이후-우주낙원, 2020, 종이에 색연필, 21×29cm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교통량이 감소하고, 미술관이나 공연장과 같은 다중이 모이는 대부분의 시설이 문을 닫았다. 그런 와중에 오랫동안 기승을 부린 코로나도 기세가 한풀 꺾기나 싶었는데, 최근에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전염병(Pandemic)이 무서운 것은 앞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Covid19)’가 진정된다 해도 또 다른 치명적인 제2, 제3의 전염병이 닥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우리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팬데믹(Pandemic)’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하면 아마도 지구촌은 분열될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나라는 나라끼리, 나라 속의 공동체는 공동체끼리 분열돼 고립된 섬(Cell) 속에 갇히게 될는지도 모른다. 집단감염이라는 무서운 현실 앞에서 인적, 물적 교류는 단절되고, 현실 공간에서의 물리적 소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초음속 여객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누군가는 비록 상징적이나마 인류 초기의 원시사회로 회귀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으리라.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가족 단위의 집단을 이루며 생활을 영위하던 그때를 말이다. 
나는 이미 10여 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게 될 오늘의 현실을 가리켜 ‘손끝의 창조(Creation from the fingertips)’라는 말로 부른 바 있다. 손가락 끝으로 스크린을 터치하여 타인과 접속하고, 다양한 앱을 사용하여 생활하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조하는 사이버 인간(SNS MAN)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2009년에 처음 ‘얼책(페이스북 Facebook)’을 접했을 때 나는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가입을 했다. 그 후 지금까지 나의 얼책 활동은 지속돼 왔고 축적된 자료의 양도 엄청나다. 마크 저커버그가 발명한 이 사회적 소통 매체야말로 그 이전과 이후를 가를 만큼 인류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문명의 기기(器機)가 긍정과 부정의 양 측면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얼책의 부정적 측면이라면 아무래도 대화의 단절과 고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대단히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고독 속의 소통’이라는 이율배반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 
알다시피 대화는 단순히 말이나 글만 가지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표정과 손짓, 시선 등 한마디로 ‘몸의 언어’가 뒷받침돼 주어야 한다. 때론 침묵도 멋진 언어가 된다. 대화가 궁할 때 상대방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침묵이야말로 가슴에 호소하는 멋진 대화의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한낱 기계에 불과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는 얼책의 대화에는 이런 몸의 언어가 결여돼 있다. 그래서 대화는 삭막하고 기계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반응이 없다는 이유로 수백 명이나 친구를 얼책에서 삭제하고도 당당하게 공지하는 행위가 나올 수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인가? 얼책의 장점은 지구촌 곳곳의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점이다. 생면부지의 친구를 알게 해 주고 인연을 맺게 해 준다는 것, 이것은 가히 신의 은총이랄 수 있는데 그런 연유로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각설하고, 위기는 기회를 낳는다. 무릇 학문과 예술은 고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믿는다면, ‘코로나19’가 만든 고립된 환경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립된 방에서 모처럼 예술을 할 수 있는 호젓한 환경을 만났으니, 원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예술을 재정비하고 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국면의 일대 전환을 꾀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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