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17)미술의 국제경쟁력과 국민 의식

윤진섭

전수천, 토우 Ⅱ, 테라코타, 네온, 철, 산업 폐기물, 알미늄, 유리, 조명 1800×800×380cm, 1995 
ⓒ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수천 도록 표지


한국 미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들어서 다소 해묵어 보이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경우가 늘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면에는 그럼 이제까지 한국 미술의 국제경쟁력이 낮았다는 말인가? 하는 자문이 깔려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글쎄 그런가? 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일부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체로 그런 편이다. 물론 미술이 올림픽처럼 메달의 개수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닌 이상 뚜렷이 국제경쟁력을 잴 수 있는 분명한 척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류열풍을 주도하며 전 세계의 음악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높은 인지도와는 달리, 순수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현대미술은 특유의 난해함 때문에 대중적 인기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전에 한 미술전문지가 대중을 상대로 기억나는 화가의 이름을 대라는 앙케트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룹전에 딱 한 차례 참가한 경력밖에 없는 미모의 영화배우 S 씨가 내로라하는 거장들을 제치고 열 손가락 안에 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져 미술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게 대중이야 하고 미술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의 탓을 대중에게 돌리기에는 왠지 모르게 씁쓸했던 기억이 새롭다. 

일설에 의하면 국민소득 3만불이 넘으면 판화를 비롯하여 웬만한 미술품을 마트에서 구입하는 미술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건 문화적으로 성숙한 서구의 선진국들에나 해당하는 모양이다. 한국도 분명 3만불 시대를 넘어선 것으로 아는데, 마트 구입은커녕 미술시장이 죽을 쑤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는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전업 미술인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거론한다고? 

하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했다. 궁하면 통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요즘은 SNS 매체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아닌가? 요즈음 한창 뜨는 유튜브를 비롯하여 얼책(Facebook),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발달된 매체는 개인을 사설 언론인으로 만들어준다. 유튜브를 이용하여 1인 방송사를 운영하는 시대고, 1인 신문과 1인 잡지가 가능한 시대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스스로 자기 자신을 홍보하여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컨대 얼책(Facebook)은 사진과 동영상, 텍스트 중심의 SNS 매체다. 최근 들어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인기에 다소 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영상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인들의 활동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매체이다. 최근에는 구글을 비롯한 번역 서비스도 많이 향상돼 해외에 자신의 작업을 홍보하기에는 편리한 이점이 있다. 

한국이 베네치아비엔날레에 한국관을 짓고 독립관에서 작품을 보여준 때는 1995년 ‘미술의 해’였다. 전수천이 처음으로 특별상을 수상하여 국내의 언론을 뜨겁게 했다. 그 뒤 강익중과 이불이 연이어 특별상을 받기도 했으나 그 뒤로 뚝 끊겼다. 이것을 가리켜 국제경쟁력의 약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메달의 숫자를 갖고 따지는 정량적 측면에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국제경쟁력은 어쩌다 나오는 군계일학(群鷄一鶴)에 의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물론 우리 미술계의 전반적인 수준과 미술인들의 자질과 실력이 향상될 때 국제경쟁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택시 운전사도 오페라 가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의 도시에 걸린 간판 글씨는 웬만한 서예 수준에 버금간다. 문제는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의 수준과 안목의 향상이다. 그것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요체인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