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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코로나 사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윤진섭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치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한 번쯤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람은 야망의 동물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발전이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많은 사람이 청운의 꿈을 가슴에 품고 구미 등 선진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1909년 고희동(1886-1965)이 일본으로 유학, 한국인 최초로 서양화를 공부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한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사람은 백남준을 비롯하여 얼마 되지 않는다.물론 ‘세계적’이라고 할 때, 그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그 폭과 내용이 유동적일 수는 있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거꾸로 서양의 기준이 지나치게 서양중심이란 사실이다.

왜 새삼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얼마 전 유럽의 모 유명출판사가 펴낸 『20세기의 미술(Art of the 20th Century)』이란 책을 봤더니, 거의 전부가 서양 작가들과 관련된 내용뿐이었다. 유럽에서 출판된 책이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타이틀을 보자. 분명히 ‘20세기’로 표기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20세기가 서양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터, 제목 선정에 좀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의 독자가 동양을 비롯한 제3세계권에 많다는 사실을 감안했다면, ‘20세기의 서양 혹은 유럽미술’이라고 표기, 그 범위를 분명히 했어야 마땅하다.



고희동, <정자관을 쓴 자화상>, 1915, 캔버스에 유채, 73×53.5cm, 도쿄예술대학 소장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라 거의 관행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모던아트나 모더니즘을 다룬 서구의 미술사 관련 서적에서 이런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필자가 서양인들이기 때문이다. 또 그 이면에는 서양 중심의 서양우월주의 내지는 백색남근주의가 깊이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세기부터 최근까지를 대상으로 한 앞의 서적의 경우,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의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얼책(Facebook)에 이러한 사실을 적고 다음과 같이 썼다.

“이런 책을 아시아에 판매하고, 아시아 작가들은 기꺼이 구매해서 빠져들다니. 시각 교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다 명백히 말하자면 서양중심주의의 전파다. 서양이 자행하는 문화침략의 예는 대중예술의 경우 더욱 교묘하고 심각하다.
가령 오래 전의 영화긴 하지만 <레이더스>(1982)에서 서양인들은 아랍인들을 얼마나 무자비하게 죽이는가? 비서구인들이 실제로 그렇게 무력하고 싸움을 잘하지 못하는가? 할리우드 영화의 폐해라면 바로 이런 것들이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국제화의 시대에 서양과 한국을 포함, 아시아와 다른 대륙 간의 전정한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그간 수백 년에 걸쳐 서양과 동양 간에 형성된 시각적 불균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에서 교류를 원한다면 산봉우리에 해당하는 서양의 높은 산을 깎아 동양이라는 낮은 골을 메운 후, 다시 말해 평탄작업을 한 후에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다. 아니 보다 분명히 말하자면 대화나 교류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가령, K-POP을 비롯한 한류는 한국의 문화 역량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변되는 ‘팬데믹(Pandemic: 전지구적 유행병)’한 상황은 시대의 지각변동을 알리는 커다란 징후이다. 얼마 전 우리는 구 서구제국주의의 상징인 콜럼버스의 동상이 서구인들의 손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것이 단순히 일과성 행사에 그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내면에는 시대의 변화를 가리키는 큰 조짐이 도사리고 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과응보, 세계의 큰 사이클 변화의 도래를 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여 사태를 단순히 위기로만 보지 말고 역으로 이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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