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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전업작가로 살아남기

윤진섭

신문을 보니 최근에 열린 화랑미술제가 높은 판매고를 보이면서 완판한 화랑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잔뜩 찌푸린 미술시장 경기에 모처럼 듣는 좋은 소식이다. 화랑미술제 프레스 오픈에 몰린 인파를 보고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처럼 성황을 이룰 줄은 미처 몰랐다. 바라건대, 가을에 있을 키아프 아트 서울까지 여세를 몰아갔으면 한다.



2021화랑미술제 (사진: 한국화랑협회)


얼책(Facebook)을 보면 전업 작가들의 창작환경이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국내외의 많은 작가가 최근에 완성한 작품을 올리며 시선을 끈다. 이러한 광경은 얼책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매체의 개발로 인해 작가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시대를 상징하는 신풍속도 가운데 하나다. ‘전업 작가(Professional artist)’란 말 그대로 작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작가를 일컫는다. 교사나 교수처럼 다른 수입원이 있는 경우 전업 작가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업 작가들은 늘 미술시장이나 미술계의 동향에 민감하다. 그때그때 유행이나 고객의 취향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감한 실험을 하기도 곤란하다. 오늘의 빵이냐 내일의 예술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의 통계이긴 하지만 연간 수입이 1천만 원에 미치지 못한 전업 작가의 비율이 60%에 달한 적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이 수치에는 별 변동이 없으리라고 본다. 게다가 그 수입이란 것도 개인전을 하면 친인척이 작품을 사주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할 때 순수한 고객이 사는 액수란 기실 미미하다. 그러니 자연히 미술시장의 포커스는 인기 작가나 유명 작가들에게 맞춰지게 된다. 십 수 억하는 소리는 대다수의 전업 작가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문화의 선진국이란 예술인들이 생계에 걱정 없이 천직인 예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나라를 가리킨다. 그래야 고품격의 좋은 예술이 생산된다. 좋은 예술이 생산돼야 국민들은 양질의 예술품을 소비하고 즐기며 안락한 삶을 영위한다. 공자가 좋은 음악을 강조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속담에서 벗어난 지도 오래됐는데, 왜 전업 예술인들이 이처럼 곤경에 처해 있는가.

원래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진입하면 마트에서 판화를 구입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3만 불 시대를 지났는데도 판화는커녕 프린트된 인쇄물 명화조차 보기 어렵다. 그러니 판화 구입은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 해당할 뿐이라고 애써 자위를 해 보지만, 가슴이 먹먹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라가 미술인을 지원하는 제도에 미술은행이란 것이 있다. 작품을 구입하여 수장해 두고 기관에 대여하는 제도다. 그런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1년 예산을 다 합해봐야 수화 김환기의 어지간한 크기 점화 1점 값에 불과하다. 그 예산으로 작가 개인들로부터 지원신청을 받거나 심사위원들이 아트페어에서 직접 구입할 작품을 심사하여 집행한다. 미술 작품 대여료가 적지 않은데 회계법상 그 돈은 국가로 귀속된다고 한다. 회계에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겠으나, 작품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미술은행 예산에 포함한다면 더욱 많은 미술인들에게 수혜가 갈 터인데 납득이 잘 안 간다. 이 문제에 대한 뾰족한 방책은 없는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중에 『귀여운 여인』이 있다. 그 소설 속의 여주인공인 올렌카는 세 명의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는데, 그중에 가설극장 주인이 나온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시골에 가설극장이 오곤 했다. 이른바 이동식 영화관인 셈이다. 지역자치제의 실시 이후 현재 우리는 군 단위 문예회관 시대를 맞이했다. 시골의 웬만한 군이나 읍에도 그럴듯한 공연장과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미술의 경우에 콘텐츠가 문제다. 자체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 차제에 미술은행의 구입예산을 늘리고 수장된 작품을 활용하여 ‘컨테이너 이동식 미술관’이라도 운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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