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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이건희 기증관, 어떻게 할 것인가?

윤진섭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통상 미술인이 유튜브에 나오면 클릭 수가 기껏해야 수 백회를 넘기기 어렵다. 그런데 인기 연예인이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수백 만회를 넘기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전시회에 들러 작품을 샀다는 이야기가 돌면 그 작가는 순식간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든다. 이처럼 사회 구석구석에 일진광풍을 일으키는 부류의 사람들이 연예인이요, 그 바람을 부추기는 익명의 집단이 바로 대중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요즈음 미술계에 유례없는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건희 컬렉션 이야기다.



정선(1676-1759),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종이에 먹, 79.2×138cm, 국보 제216호


이건희 회장의 사후, 삼성가는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 무려 23,000여 점에 달하는 문화재 및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였다. 그중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국보 제216호인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하여 국보 234호 <묘법연화경 권1-7> 등 국가지정문화재 60점(국보 14건, 보물 46건)을 포함, 11,023건에 달하는 소장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는 1,488점이 각각 기증되었다.

따라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 명품을 골라 현재 대중의 높은 관심을 끄는 기획전을 꾸몄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 이건희 회장 기증명품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 명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즐거운(?) 사달이 나고 말았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수화 김환기를 비롯하여 이중섭, 박수근, 권진규, 유영국 등 34명에 달하는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 58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대중의 높은 관심 때문에 암표가 무려 10만 원씩에 거래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급히 세웠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쨌든 미술계로선 처음 맛보는 짜릿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술계에 언제 암표가 돌 정도로 관객이 몰린 적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암표는 고사하고 일부 인기 블록버스터 전시를 제외하고는 관객이 넘치지 않는 게 우리네 전시장 풍경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건희 컬렉션이 대중의 인기에 회자되기에 이른 것은 삼성가라는 유명세와 더불어 이를 둘러싼 뉴스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을 둘러싸고 벌어진 지자체 간의 강도 높은 경쟁은 많은 뉴스거리를 양산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웬만한 시 단위 지자체들은 각자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유치를 주장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건희기증관 부지의 제1안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을, 제2안으로 용산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송현동이 경복궁, 북촌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용산을 2안으로 올린 것은 송현동 부지가 법률 검토 등 서울시와 협의할 사안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터져 나왔다. 소장품 기증에 관한 최초의 뉴스가 나온 지난 4월 이후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진광풍이 휘몰아친 형국이다. 지자체들은 지자체들대로 유치경쟁에 휩싸였고, 주무부서인 문체부는 문체부대로 차분하게 국면을 주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원래 이런 중대사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기본에 충실해야 하거늘, 백년대계가 아니라 십년대계도 못 세울 만큼 기초공사가 부실해 보인다.

지난 7월 14일 문체부는 ‘이건희 기증관’을 5,500만 원에 해당하는 연구용역비로 발주했는데 이는 다소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건립 이후에 벌어질 여러 사태를 고려하면 그 전에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청회를 열어 기증관의 정체성 등 현안들을 충분히 논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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