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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디지털 시대의 미술감상

윤진섭

오더 작가의 NFT 작품 <귤호랑이>, 2022


아마도 60대 이상의 대다수 작가는 작금의 미술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이 적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얼책(Facebook)으로 대변되는 SNS 매체에 적응하기도 힘든 판인데, NFT니 메타버스는 또 무엇인가? 평생 캔버스와 물감, 대리석과 나무를 벗 삼아 작품을 해 온 중견 이상의 미술인들은 이런 빠른 변화 앞에서 과연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할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다간 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많은 장년 이상의 작가들이 생각보다 사회적 변화에 잘 적응해 디지털 시대의 문화생활을 훌륭히 영위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스타그램이나 얼책 공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내 경우에 어떤 작가의 평문을 쓰기 위해 얼책을 검색하면 그 작가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홈페이지나 블로그보다도 자료를 올리는 일이 더 쉽기 때문에, 최근에는 일부러 얼책이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단 SNS 매체에 강한 젊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얼핏 이에 취약할 듯싶은 장년 이상의 작가들 또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장년층이 디지털에 약하다는 것은 일종의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큰 틀에서 보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른바 문명의 대전환(Paradigm Shift)이 우리의 곁을 찾아온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세계사적 흐름을 반영하는 대세이기 때문에 개인이 저항하거나 거역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게 싫으면 문명세계를 등지고 홀로 살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자발적인 로빈슨 크루소가 돼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예술은 다르다. 미술의 경우, 어떤 작가가 SNS 매체나 미디어 아트 혹은 NFT를 거부했다고 해서 미술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아트 작품이 캔버스 작품보다 더 예술성이 있다거나, NFT 작품이 돌로 만든 작품보다 더 우수하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어떤 디지털 아트 작품은 어떤 캔버스 작품보다 우수할 수 있고, 어떤 NFT 작품이 어떤 돌조각 작품보다 뛰어날 수는 있지만, 위의 명제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령 장년의 어떤 작가는 미디어 아트나 NFT에 대한 콤플렉스 없이 이제까지 해 온 자신의 캔버스 작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갈 때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지난 일 년간에 걸쳐 나는 얼책에서 모은 서양의 명화 이미지를 매회 80점 정도 나의 계정에 올리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삼일에 한 번 정도 올리니까 일 년이면 대략 1만 2,000점 정도 된다. 내용은 인상주의 이후의 작품들에 해당하는데, 대중에게 익숙한 반 고흐부터 잭슨 폴록이나 마크 로스코 등등 20세기 모더니즘 미술이 주류를 이룬다. 
처음에는 틈날 때마다 감상할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얼친들의 관심이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외국인들까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소위 단골들이 느는 형국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원화를 보는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화랑은 미술작품을 감상하기에 합당한 공간이다. 특히 최적의 조명 아래 걸린 명화를 직접 눈으로 감상한다면 이는 최고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그다음 좋은 방법은 화집을 통한 것이다. 특히 최고의 품질을 지닌 화집은 거의 원화를 방불케 한다. 그런 화집을 곁에 두고 틈나는 대로 감상한다면 머지않아 수준 높은 감상안을 지니게 될 것이다.
빛 때문에 다소 왜곡될 소지가 없지 않지만, 그 점만 감안하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감상하는 얼책의 명화는 감상안을 높이는데 매우 편리한 수단이다. 내 경우에 이 방법을 통해 재미와 함께 그림을 보는 안목이 높아짐을 실감하고 있으니, 적극 권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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