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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고(故) 이일 교수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윤진섭

2023년 5월 10일 오후 5시, 서초동에 있는 한 건물에 많은 미술인이 모였다.
‘SPACE21’이 문을 연 것이다. 미술평론가 고(故) 이일 교수(1932-97)의 장녀인 이유진 대표가 마련한 이 갤러리는 생전에 전위미술을 신봉한 아버지의 뜻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이란 전시 타이틀은 이를 상징한다. 첫 출발부터 성격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 AG ’란 과연 무엇인가 ?
Avant-Garde, 즉 전위(前衛)의 약자인 AG는 1969년에 창립됐다. “전위예술에의 강한 의식을 전제로 비전 빈곤의 한국 화단에 새로운 조형 질서를 모색 창조하여 한국 미술 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모토로 출범한 이 그룹은 한국미술사상 ‘전위(avant-garde)’를 그룹의 이름으로 표방한 첫 미술 단체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가 바로 그것.



고(故) 이일 교수


이들은 창립 초기부터 『AG』라는 제목의 기관지를 발행하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앞에서 인용한 ‘모토’가 바로 그것이다. 「전위예술론」을 쓴 레나토 포지올리(Renato POGGIOLI)에 의하면 전위미술에는 세 가지 요건이 따르는데, 첫째, 이념을 실천에 옮길 작가의 ‘그룹’이요, 둘째, 자기 뜻을 펼칠 이론적 마당인 ‘기관지’이며, 셋째, 미술운동의 목적과 요체가 담긴 ‘선언문’이 그것이다.

1966년에 프랑스에서 귀국, 이듬해부터 홍익대 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제자를 양성한 미술평론가 이일은 한국 모더니즘의 이론적 실천자였다. 이일은 귀국하던 해인 1967년에 홍익대의 첫 제자로 구성된 그룹 ‘무’, ‘신전’, ‘오리진’의 연합체 ‘청년작가연립전’(1967.12.11-16, 중앙공보관 전시실) 멤버와 호흡을 같이 했으며, 이들의 전위적 활동을 위해 이론적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단명한 ‘청년작가연립전’ 활동의 침체국면에서 1969년에 출범한 ‘AG’는 서울대와 홍익대가 중심이 된 청년 엘리트 집단이었다. 반세기를 넘긴 긴 역사 속에서 일부 작고 작가를 제외하면 전원이 현재 화단의 원로로 활동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김구림, 박석원,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이승조(작고), 이승택, 최명영, 하종현(AG 회장 역임) 등은 80대 초반에서 90대 초반에 이르는 화단의 원로로서 전원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정연심(홍익대 교수)이 기획한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상 전위의 기치를 올린 AG의 궤적을 돌아보고 미술사적 의의를 살피기 위한 것이다. 그 중심에 당대의 미술비평을 주도한 비평가 이일을 설정한 것.

시간이 지나면서 기라성 같던 회원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일부는 작고한 가운데 이제는 화단의 원로가 된 작가들이 오픈식에 모였다. 말하자면 한국 현대미술의 주역이 자리를 함께한 셈. 회장을 역임한 하종현을 비롯하여 오광수, 박석원, 서승원, 최명영, 이강소 등이 참석하였다. 60년대 후반 당시 그룹을 출범하면서 AG는 선언문과 함께 동명의 회지를 발간하였는데, 고 이일, 김인환과 함께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오광수 등 미술평론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며 이론적으로 지원하였다. 어느덧 팔십대 초중반에 접어든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익장을 과시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흐뭇해 보였다.

이 전시회의 개막식은 미술계에 신고식을 하는 자리다. 자리를 빛낸 많은 미술계 인사와 함께 서성록, 김이순, 김달진, 하계훈, 정준모, 김용대, 황인, 김노암, 김인혜 등 언론과 비평, 전시기획 분야에 종사하는 미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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