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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이 의미하는 것

윤진섭

김영진(1946- ). 그는 과연 누구인가? 1974년, 한국 현대미술의 메카인 대구에서 ‘대구현대미술제’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 이후 서울을 비롯하여 일본, 대만, 사라예보 등 국내외에서 작품을 발표하였지만, 근본적으로 그는 대구작가이다.

전후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 볼 때, 김영진의 존재는 좀 특별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알다시피 박현기, 이강소, 이현재, 최병소, 황현욱 등과 함께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의 산파 역할을 한 김영진은 70년대 초반부터 ‘몸(body)’을 주제로 대단히 실험적이며 전위적인 작업을 펼쳐왔다. 그 기간이 무려 50여 년에 이른다.



대구미술관 ‘김영진 2023 다티스트 Where’s the exit? 출구가 어디예요?’전 전시 전경


지금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영진 2023 다티스트 Where’s the exit? 출구가 어디예요?’전(6.6-9.10)은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친 김영진의 전 작업을 회고하는 전시이거니와, 김영진의 몸에 대한 집요한 관심은 그를 가히 ‘몸의 언어’의 작가, ‘몸 담론의 선구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만치 그 스케일이 크고 방법론이 다양하다. 사진, 조각,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드로잉 등 다매체에 능한 김영진은 매체가 예술에 종속된다기보다는, 떠오르는 예술적 영감에 합당한 매체를 선택하는 ‘열린’ 창작 태도를 보여왔다.

미술을 대하는 김영진의 이처럼 개방된 의식은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에서 결국 그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적 작가로 재인식되기에 이른다. 그 이유는 첫째, 80년대에 세계미술의 화두로 떠오른 ‘몸’에 관한 포스트모더니즘 담론보다 시기적으로 더 이른 70년대 중반에 이미 이에 관한 예술적 실천을 해왔기 때문이다.

둘째, 현재 70대 후반에 접어든 김영진의 작가로서 식지 않는 열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정신, 즉 전위(avantgarde) 의식과 예술에 대한 불굴의 투혼이다. 그 속에서 예술의 각종 매체가 용해되며, 그것들은 김영진의 정신을 통해 새롭게 정제된 후 작품을 통해 전시 현장에 투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보는 김영진의 작품은 ‘매체를 넘어선(beyond the media)’ 작업으로 ‘승화’된다. 예컨대 전시장의 한가운데 공간을 거의 다 차지하는, 현란한 발광 LED가 교차하고 중첩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빛 드로잉과 그 속에서 전개되는 인간들의 일상적 삶(용변을 보거나 섹스를 하는 남녀상(像))의 혼효(混淆)가 그것이다. ‘혼효’란 두 가지 요소가 뒤섞여 새로운 것을 창출할 때 쓰는 말인데, 거기에 ‘승화’가 빠지면 이제까지의 노력은 헛수고가 될 공산이 크다. 김영진은 그것을 잘 극복해 보여주고 있다.

신병으로 인해 경주로 이주한 게 30년 전인 90년대 초반, 그간 김영진의 삶은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두 번째 전환기를 맞이한다. 알다시피 경주는 불교로 유명하다. 경주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어느 날 그는 집 주변에서 깨진 채 뒹구는 불상을 발견한다. 그 뒤 김영진은 폐불을 찾아 나섰고 때로는 폐불의 발견자나 소유자가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생겼다. 불상 작업은 이처럼 생활환경이 낳은 조형적 결과이다. 그의 이 작품은 불교라는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다. 오히려 그것은 인간적 화신(化身)으로서의 불상이 지닌 물성(物性)과 관계가 깊다. 또한, 거기에는 인간의 관념의 소산인 금기에 도전하는 시지프스적 불굴의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이 잘 나타난 것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대규모 설치작품이다. 붉은 카펫의 양쪽에 도열해 있는 20여 개의 의인화된 통닭 조각상과 그 끝에 우뚝 솟아있는 반가사유상, 그리고 그 앞에 고단한 듯 반가사유상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는 피폐한 나신의 예수상(그러나 얼굴은 작가 자신인)이 있다. 동으로 만든 그 발의 끝은 온기로 따뜻한데, 많은 손길이 거쳐 간 듯 표면이 반질반질하다. 마치 인간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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