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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

윤진섭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는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의 초기 바로크 회화의 거장이다. 여섯 살 때 아버지 페르모 메리시가 페스트로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카라바조 마을로 이주했다. 거기서 1583년까지 살았다. 그의 이름이 ‘카라바조’인 것은 출생지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불렀던 것. 아무도 이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났다. 2007년 2월, 비토리오 피라미(Vittorio PIRAMI)라는 한 평범한 시민이 밀라노 교구청의 문서보관소에서 카라바조가 밀라노에서 태어난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다음은 비토리오 피라미가 기록물을 열람하던 중 발견한 카라바조에 관한 세례 기록의 내용이다.

“미켈란젤로 메리시(아들) 30일 세례받음.
부친 페르모 메리시오, 모친 루치아 아라토리, 대부 프란체스코 콧사.”

이 인적사항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이탈리아 언론은 이 발견을 ‘폭탄’이라고 불렀다.
여기까지 정리하자. 나는 한양여자대학교의 명예교수인 고종희 선생이 쓴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한길사, 2023)를 읽으면서 카라바조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했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고종희 지음, 290×250cm, 한길사, 2023


카라바조가 누구인가? 초기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연 서양미술의 거장이 아닌가? ‘카라바지스티(Caravaggisti)’라 부르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렘브란트, 루벤스, 벨라스케스 등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거장들을 추종자로 거느린 거장 중의 거장이 바로 카라바조인 것이다.

이 책이 지닌 중요성은 앞에서 열거한 바로크 미술의 거장들이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반면, 정작 이들의 스승격인 카라바조에 대해서는 소홀했는데,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그의 존재 의미를 부각시키게 된 점에 있다.

카라바조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소지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의 삶에 있다. 카라바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큰 사건을 저지르게 되는데, 1606년 5월 28일, 테니스 경기를 하던 중 라누초 토마소니라는 사람을 칼로 찔러 죽게 하고 자신도 부상을 당한 것이다. 그 후 죽기 전까지 이어진 4년간의 도피생활, 다시 몰타에서의 총기 사고와 투옥, 이어진 탈옥, 그리고 시라쿠사로 야반도주, 다시 시칠리아에 정착, 나폴리로의 귀환, 거기서 당한 테러 등등 인생의 온갖 우환을 겪다가 1610년 7월, 교황 바오로 5세의 사면 통지를 받고 로마로 가던 중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카라바조의 삶은 그의 그림만큼이나 비극적이고 장엄하며, 엄숙한가 하면 희화적(戲畫的)이기도 하다. 예술과 삶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치하며, 인생에서 터득한 진리가 예술작품에 투영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이 확인시켜 준다.

아마도 카라바조의 그림 가운데 대중에게 익숙한 것은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1598-99년경, 145×195cm, 로마국립고대미술관)일 것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유딧이라는 아름답고 부유한 과부와 적장 홀로페르네스 사이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화를 그린 카라바조의 이 그림은 인간의 비극을 소재로 한 고전이다. 이 그림의 백미는 치켜뜬 눈으로 이제 막 칼로 자기 목을 베는 유딧을 쳐다보는 홀로페르네스의 표정이다. 목에서 시뻘건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 장면을 바라보는 유딧의 얼굴 표정이 복잡미묘해 보인다. 두려움과 연민, 그리고 결행의 의지가 짧게 교차하는 순간을 잘 포착했다.

이 책은 발로 쓴 것이다. 고종희 교수는 카라바조의 발길이 닿은 곳이면 어디든지 일일이 찾아다니며 확인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과연 노작(勞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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