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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960-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윤진섭

지금 뉴욕에 소재한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한국의 전위미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70s’전(9.1-2024.1.7)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5.26-7.16)이 영문 제목만 다를 뿐 그대로 옮겨간 것이다. 내년에 구겐하임 전시가 끝나면 곧이어 L.A의 해머 뮤지엄(Hammer Museum)으로 자리를 옮겨 5월 12일까지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미술 역사상 이처럼 한 시기를 대변하는 중요한 전시가 구겐하임이라는 세계 최정상의 미술관에 대규모로 전시된 사례는 없다. 이는 실로 한국의 국력과 국격이 달라졌음을 실감하는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전에도 한국의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가 없지는 않았지만, 1960년대부터 70년대에 이르는 한국의 실험미술이 이처럼 집중적으로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차제에 국립현대미술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미국에서 두 차례의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해머뮤지엄을 이을 또 다른 해외 순회전을 개발해달라는 것이다. 무릇 전시는 한번 계획하여 완성이 되면 일회적으로 끝나는 것이 통례인데, 이번 전시처럼 무려 두 곳이나 순회하는 가운데 점차 성가가 높아진다면 기대효과가 그만큼 클 것이기 때문이다. 대개의 큰 미술관은 통상 수년 전부터 전시계획을 잡기 때문에 얼핏 시간이 촉박해 보이나, 세상에 미술관은 많고 때로는 융통성도 있는 법이다. 또한 전시 의사는 있으나 기간이 촉박하면 일단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1967년 12월 11일에 서울에서 있었던 한국 최초의 해프닝 <가두시위>의 한 장면.
강국진, 김영자, 김인환, 문복철, 심선희, 양덕수, 정강자, 정찬승, 최붕현 등 참가.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은 말 그대로 1960-70년대에 이 땅에서 전개된 특정한 미술경향을 조명한 전시다.
한국의 실험미술 혹은 전위미술이 이 전시기획의 대상이다. 정치적으로는 1960년 4.19혁명에서 61년의 5.16군사정변을 거쳐 1970년대의 제3, 4공화국에 이르는 격동기와, 경제적으로는 1977년 수출 100억 불 달성이 상징하는 경제적 번영기의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살펴 보자는 것이다.

전시의 도입부는 1960년대 말 한국 미술의 풍경이다. 1967년 11월 11일 국립공보관 전시실에서 열린‘청년작가연립전’이 시발이다. 이 전시는 당시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무’, ‘신전’, ‘오리진’ 동인들이 연립전 형태로 마련한 것이다. 이 전시에서 두 차례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시 개막일에 ‘무’와 ‘신전’ 동인이 다 함께 나선 <가두시위>와 이틀 뒤에 전시장에서 벌어진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이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본격적인 전위 내지는 실험미술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미술사적으로는 이른바 6.25전쟁 세대인 ‘앵포르멜(비정형)’과 4.19세대인 청년작가연립전 세대 사이의 미학적 충돌(평면과 탈평면)을 의미하며, 스승 세대와 제자 세대 사이의 갈등이 잠재돼 있었던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1969년에 결성한 <A.G>를 기점으로 이어지는 <S.T>, <신체제>, 그리고 1970년의 <제4집단> 등 한국의 현대미술사는 소수 정예로 구성된 미술집단의 전방위적 활약으로 얼룩졌다. 여기에 속한 작가들이 보여준 미학적 주장과 행동은 이른바 진보와 전위, 실험에 가득 찬 것이었으며, 해프닝과 이벤트가 그 선두에 서 있었다.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등으로 대변되는 1960년대의 해프닝을 필두로 이건용과 성능경의 70년대 이벤트, <제4집단>의 통령을 지낸 김구림의 해프닝 등이 이 자리에서 새삼 음미 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 이유는 이들이 바로 전위의 최전선에 나선 아방가르드의 전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김구림(해프닝), 이건용(이벤트), 성능경(이벤트)의 퍼포먼스를 소개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전위작가들의 미학적 급진성을 보여주자는 데 있지 않나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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