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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들고 싶었던, 만들어진, 만들고 싶은

김정현

“작가님, 안녕하세요. 전화 드렸던 학예사입니다.”
“어쩐 일이야? 지난번에 뭐 놓고 갔나?”

만들고 싶었던 드라마의 대화 일부이다. 우리 박물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박물관협회 ‘사립박물관·미술관 온라인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다. 심사 통과 전에 처음 준비하던 것은 원로작가의 작품을 기증받아 전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 다큐드라마였다. 그 도입은 기증된 아카이브 사이에 끼워져 있던 작가의 비밀글을 돌려주는 것으로, 결말에서는 그 비밀과 관련하여 관계가 멀어졌던 동료작가가 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작품기증기념전의 리플릿을 받아보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극 중 중요하게 다루는 작품을 박물관의 실제 전시에 포함해 마지막 화 업로드 시기에 맞춰 개최하는 것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박물관 다른 프로그램과의 일정 조정, 참여작가 섭외 등 현실의 여러 제약으로 보류하게 되었고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드라마 ‘Color Up’ 스틸컷


“그러니까 지금 박물관에서 퇴마술을 한다는 거잖아요?”
“이게 그나마 우리 드라마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면이라니까요.”

선회한 다른 방향은 방송작가와의 협업이었다. 방송작가는 우리 사업의 규모상 드라마의 시청자가 될 사람들이 콘텐츠를 쉽게 이해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그 문법이 정해져 있는 장르물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여러 차례의 의견 교환 끝에 대본을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된 ‘Color Up’은 기억을 잃은 미술가 지망생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중 하나로 박물관의 귀신(?) 들린 작품 앞에서의 주인공 일행이 퇴마술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를 놓고 방송작가와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작품을 보며 내가 기획 단계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작년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다는 조바심에 더욱 중요한 관객 분석 및 타겟팅에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본 부분을 어느 정도 선에서 방송작가에게 온전히 맡긴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신없이 달려서 곧 모든 편을 업로드하는 지금에 와서 처음을 다시 생각해 보니 방송작가의 입장에서 참 난처하고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뮤지엄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라는 요청은 무척이나 상충하는 주문이었을 것이다. 이 갈등 속에서 좌충우돌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함께해 준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기지재단에서의 박서보와 김달진, 2021.1.22


“부고 기사 봤어? 지난주 전시장에서 뵈었는데….”
“몇 년 더 계실 것 같았는데. 이렇게 한 세대가 또 저무네요.”

최근 더 구체화해 보고 싶은 것은 전문배우와 함께 미술 분야의 작가, 평론가, 기획자, 기자 등을 출연진으로 섭외하여 특정 주제로 옴니버스 형식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현실에 근거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 간의 입장과 상황을 드러내어, 참여하는 이들이 그 간격을 이해하면서도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고 싶다. 작년과 올해의 경험을 통해 다시 다짐하는 것은 허상의 대중보다는 내 옆의 이 사람이 위로받고 감동할 수 있는 것을 만들자는 것이다. “높은 산이 되기보다는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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