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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거장이 된 이단아들... 러시아 아방가르드 왜 혁명의 예술인가?

황규진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KANDINSKY, MALEVICH & Russian Avant-garde: The Art of Revolution
2021.12.31 – 2022.4.17


우리가 러시아 미술이 낯설고 생소하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편견에서 오는 잘못된 인식일 수도 있다. 20세기 미술의 지평을 열어주었던 굵직굵직한 러시아 작가들을 우리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카지미르 말레비치, 마크 로스코 모두 러시아 출신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전은 우리가 개개의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세계로만 알고 있던 그들 작품의 원류가 사실은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있었음을 가늠하게 해준다.



나탈리야 곤차로바, 봄. 페트롭스키 공원, 1901-1911, 캔버스에 유채, 104×116cm, Ⓒ니즈니 노브고로드 국립미술관
Natalia Goncharova, Spring. Petrovsky Park, 1901-1911, Oil on Canvas, 104×116cm, ⒸNizhny Novgorod State Art Museum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1910년대와 1920년대 등장한 러시아 전위예술운동의 총칭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917년 10월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당시 러시아 미술의 전개를 살펴 볼 수 있다. 기존 체제의 파괴와 전복을 꿈꾸던 젊은 예술가들은 기성 미술에 도전장을 던지며 서구미술의 영향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체적 예술세계를 구축해 나갔고 신원시주의, 광선주의, 추상주의, 절대주의, 구축(구성)주의와 같은 예술사에 길이 남을 사조들을 만들어 냈다. 예술이야말로 진정한 혁명이며, 예술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이들은 나아가 예술이 미술관에 고상하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중 속으로 들어가 일상의 삶 속에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현대의 디자인 개념을 창출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 여성미술가들도 더 이상 남성의 뮤즈, 엄마, 연인으로 남지 않고 나탈리야 곤차로바, 올가 로자노바, 류보프 포포바 등은 주류남성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예술혁명을 이끌었다.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No.217 회색타원, 1917, 캔버스에 유채, 105.5×134cm,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 Wassily
Kandinsky, Improvisation No.217 Gray oval, Oil on Canvas, 105.5×134cm, ⒸEkaterinburg Museum of Fine Arts


전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탄생, 부흥, 소멸을 시기적으로 잘 정리해 보여준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부르주아 형식주의’라는 오명을 쓰고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끝이 난다. 새 시대의 도래로 한껏 고무되었던 작가들의 창작열의와 자유는 스탈린의 집권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대립과 냉전의 시대에 잊혀져 있다가 오늘날 20세기 현대미술, 건축, 디자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 경향으로 재평가 되고 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영국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 뉴욕 현대미술관(MoMA),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각각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기리는 대규모 전시들이 개최되었는데 한·러수교 30주년에 즈음하여 시기적절하게 국내 관람객들도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이란 다양성이 존중되고 새로운 생각과 가치가 허용되는 환경에서 꽃피우는 게 아닐까? 봄을 기다리는 지금, 러시아 미술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전시는 4월 1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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