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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국미술이 밀려온다.

오광수

언젠가 나는 동양 삼국의 현대미술을 인생의 연륜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일본은 노년, 한국은 중년, 중국은 청년으로서 말이다. 일본은 노쇠해졌고 한국은 자기 안에 안주할 연령대가 되었고 중국은 이제 시작하는 나이다. 노년의 경륜과 노련함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듯이 중년은 자신을 정비하고 뒤를 돌아다 볼 수 있는 여유를 지닌다. 그러나 청년은 뒤돌아볼 과거도 없고 쌓아올린 경륜도 없으니까 앞 만 보고 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의 현대미술은 달리는 열차처럼 폭발하는 에너지로 넘친다. 젊음 특유의 패기와 자신만만함, 때로는 치기가 풀풀 날리는 경박함이 있는가 하면 촌스런 당당함이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홍수처럼 밀어닥치는 중국의 미술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에도 흘러넘치는 형국이다. 어디를 가도 중국미술이요 어느 미술관에서도 중국미술에 대한 기획전이 줄을 잇는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잇따른 중국전이 성시를 이루고 있는 편이다. 처음엔 아직 어린 주제에 하고 깔보다가 어느 듯 아 요것바라 식이다.
중국 미술이 갖는 특징은 중국식 팝아트로 명명되는 냉소적이고 자학적이고 즉물적인 성향이 강하게 표상 되는 점이다. 이국적 취향을 강하게 발하는가 하면 동양적 신비주의를 적당히 가미하기도 하고 현대 중국의 사회주의를 적절히 버무려서 특유의 향취를 발산한다. 때로 치기 만만 하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중국적이란 데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중국현대미술 특별 전>(미화랑, 이원일 기획)은 비교적 덜 알려진 작가들 중심으로 오늘의 중국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개방화 이후 형성된 중국 현대 미술은 이제 3세대에 해당하는 연령층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약 20년 사이에 벌써 3세대가 형성될 정도로 그 확산이 빠른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95년 내가 광주 비엔날레 아시아권 커미셔너로 중국 작가들을 섭외 하러 갔을 때는 아직 1세대가 활발히 국제무대에 문을 두드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몇몇 스타만이 국제 미술계에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이렇게 연령층이 두터워졌다는 것은 그 속도가 어떠한가를 능히 짐작케 한다. 사회주의 사회이면서도 시장경제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중국의 현실은 모순과 긴장이 넘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모순과 긴장이 승화될 때 놀라운 상상력이 진작되는 것은 아닐까.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매체가 아닌 분류상 서양화적 매재를 사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중국 현대미술은 사회적이면서 비판적인 이미지의 극대화가 주류다. 이미지의 극대화는 자연스레 스케일의 극대화로 진행되는 데 때로는 상상을 초월할 때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간을 에워싼 일상이 위주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체험이 바탕이 되면서 일상에 대한 관심의 증대가 이미지의 적극적인 구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재에 밝은 중국민족 특유의 현실 집착이 이미지의 범위를 넘나들고 있어 흥미롭다.

중국은 지역이 광대한 만큼 다양한 지방적 속성이 거대한 중국미술의 풍부한 자원을 형성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어떤 통일성을 향해 가는 의식의 치열성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더불어 감화를 준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결집을 통해 독자적인 하나의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해내고 있음을 더욱 절감하게”(이원일)된다. 우리가 중국 미술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연령층으로 본다면 우리는 중년층이다. 중년층이 청년층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젊은 특유의 패기와 추진력이 먼저 꼽힐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진정한 중국을 스스로 발견하기 위하여 전통과 현실이라는 자신의 내부로 시각을 돌린 채 자신의 이해에서부터 세계미술에 대항하는 독자적 관점을 발진시킬 수 있다는 사고와 태도”(이원일)가 아닐까. 중국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볼 수 있다면 중국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풍부한 자양이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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