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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소나무여 소나무여

오광수

“소나무여 소나무여 변함이 없는 그 빛 비오고 바람불어도 그 기상 변치 않으니 소나무여 소나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 이는 이중섭이 자주 불렀던 노래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술이 취했을 때나 감정이 복받치는 때엔 목청을 가다듬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격정과 비감이 묻어난다. 왜 새삼 이중섭의 소나무인가. 지난 세모에서 정초에 걸친 시즌에 소나무가 들어간 전시가 세 건이나 있었다. 때를 같이 하여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보호국민연대가 발족되었다는 소식이다. 연대가 밝힌 창립취지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소나무 재선충병의 인위적 확산 때문에 생태계 보고인 백두대간까지 위협받고 있다....... 민족의 상징이자 생명문화 유산인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국민참여 활동을 전개하겠다.” 토종인 소나무가 점차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이 배여 있다. 소나무가 우리의 산야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실감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우리 나라 산하면 소나무가 떠오르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다른 수종에 밀려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토종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비단 소나무뿐이랴. 그럼에도 안타까움이 더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산야를 대변해왔고 우리민족의 상징으로 아낌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중섭의 애창곡 소나무에도 이런 정서가 배여 있다.
<세 개의 전시는 외형상 아무런 관련도 없다. 단지 소나무란 말이 들어간 것 외에는. 그러나 자세히 그 내면을 음미해보면 분명한 관계가 있고 시의성이 발견된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소나무전은 정식 명칭이 <소나무, 파리-서울>이다. 여기서의 소나무는 어느 특정한 장소를 매개로 한 미술활동에 붙여진 명칭이다. 아뜨리에가 없는 재불 한국인 미술가들이 비여 있는 옛 탱크 정비공장을 정식으로 빌려 공통 아뜰리에를 만들고 붙인 이름이다. 91년에 권순철, 이영배, 곽수영, 정재규 등 재불 한국인 미술가 13명과 이에 동조한 외국인 미술가들이 내부를 수리해서 46개의 아뜰리에를 조성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 창작의 열기로 능히 현실적 악조건을 극복한 사례로 꼽히는 곳이었다. 그런데 2002년에 건물이 헐리고 이 곳에 둥지를 튼 미술가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비록 건물은 헐리었지만 이 곳에 인연을 가진 미술가들이 지속적인 모임체를 운영해왔고 이번 서울전도 그러한 지속적인 활동의 일환이다. 각자 가슴에 소나무 한 그루씩 심자는 취지는 소나무처럼 강인한 정신의 유대를 지속시키자는 작가적 결속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나무 친구들>전(목인갤러리)은 <솔바람 모임>이란 단체가 기획한 전시다. 전시와 더불어 참여 작가들의 그림과 글을 실은 화집(권기윤, 김선두, 김진관, 문봉선, 박순철, 백범영, 오용길, 이승숙, 이영복, 이원좌, 이정신, 이호신, 조우호, 조미영, 최성훈)이 발간되었다. 작품과 화집을 팔아 병들어 가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기금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소나무 친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이런 대목도 보인다. “우리들 마음속에도 소나무를 변함없이 살아있도록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소나무가 수천 년 동안 겨레의 얼과 정신을 담고 있는 특별한 상징이고 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생명문화 유산이며, 우리정신과 정서를 살찌우는 자양분이자 한국성을 관통하는 정체성의 코드이기 때문이다.” 개별주의가 강한 미술가들이 참으로 오랜만에 결속해 벌인 문화운동이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겠다.
<소나무 향기>(SPACE C)전은 코리아나 화장품회사가 소장하고 있는 소나무 소재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조선조 후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폭을 지니면서 소나무가 지닌 화제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소나무는 세한삼우라고 해서 죽, 매와 더불어 옛 문인들이 즐겨 다루었던 대상이었다. 매운 계절에 홀로 청청한 솔과 대, 그리고 빙설리에 암향을 품어내는 매화의 고절한 기상은 비겁한 시대일수록 더욱 우리들 가슴에 파고든다. 핏발선 운동보다 조용히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문화운동이 소나무에 대한 인식을 계기로 우리 속에 펴져 나갔으면 한다. 소나무여 소나무여 우리가 너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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