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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남준 신화와 그 이후

오광수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백남준의 장례식이 또 하나의 이벤트로 뉴스가 되었다. 수 백 명의 조문객들이 미리 준비된 가위로 옆 사람의 넥타이를 잘라 백남준의 시신 위에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플럭서스 운동에 참여한 바 있는 오노 요코가 백씨의 조카인 겐하꾸다씨의 넥타이를 자르는 것을 신호로 4백여 명에 가까운 조문객들이 이 이벤트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1960년 <피아노를 위한 습작>의 무대에서 백남준이 존 케이지의 넥타이를 자르고 작곡가 데이빗 튜더와 케이지의 얼굴에다 면도용 크림으로 범벅을 만들었던 해프닝을 다시 실현해 보인 것으로 그에게 받친 헌사치고는 정말 놀랍고도 유쾌한 것이었다는 생각이다.
50년대에 독일로 진출한 백남준은 라인강변의 여러 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일약 국제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스캔들을 동반한 각가지 퍼포먼스는 독일에서 뉴욕으로 이어지면서 음악에 있어 성의 도입으로 그 절정을 장식해주고 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기지에 넘치고 때로는 경쾌하기 짝이 없는 그의 퍼포먼스는 그대로 비디오 아트에로 이어졌다. 이미지의 파편화와 꼬라지화는 지금까지 평면회화에서는 엿볼 수 없는 현란한 영상의 폭주를 가져다준 것이 되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몇 단계의 변주를 보이고 있다. 초기엔 주로 자석과 전자석을 이용한 영상의 왜곡화에 집중되었다면 휴대용 비디오가 등장하면서 테이프 작업으로 더욱 풍부한 영상의 집적을 기할 수 있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비디오란 매체가 갖는 풍부한 잠재성을 계속 추구해가면서 각가지 새로운 영역을 창안하기에 이르렀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그의 사유의 편차는 종내 우리의 삶 자체가 한 바탕 놀이라는 귀결을 유도해내고 있다. 핸하르트가 일찍이 언급한대로. “생명을 고양시키는 비전과 파괴적인 유머를 통해 백남준은 우리의 허식을 비웃으면서도 우리에게 삶이란 글로벌그루브(범지구적인 한판 놀이)라고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었다”





뉴욕에 백남준 미술관이 필요하다
백남준은 한국인이자 동시에 국제인 또는 세계인이다. 그의 수업의 배경도 그렇거니와 활동의 무대도 유럽과 미국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뉴욕은 그의 주요한 거점이다. 백남준이 가고 없는 오늘날 백남준의 예술을 기리기 위해선 그의 연고지와의 관계를 지워버릴 수 없다. 백남준 신화를 계속 지속시키기 위해선 그의 연고지와의 사후의 관계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본다. 백남준은 경기도에 자신의 미술관이 생긴다는 것에 퍽 고무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고국에 미술관이 생긴다는 것은 예술가라면 누구나 열망해 마지않는 일이다. 경기도에 그의 미술관이 생긴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의 미술관이 뉴욕에 있었더라면 그의 이미지에 더욱 값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백남준이 한국인이니까 그의 미술관은 반드시 한국에 세워져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 국수적이요 감정적이다.
백남준은 생시에 자신을 매개로 해서 젊은 한국의 예술가들이 국제적으로 발돋움하기를 갈망했다. 한 사람의 마스터를 통해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국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예컨대 뉴욕에 백남준 미술관(그의 작품과 더불어 여러 예술행사를 할 수 있는 센터로서의 공간)이 세워진다면 이를 발판으로 한국의 미술문화를 미국을 비롯한 유럽 사회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인가. 그 효과는 문화원 몇 개 세우는 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지금은 고도의 문화전략이 긴요한 시대다. 일회적인 순회전이나 순회공연으로는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지속적인 소개와 공략이 이루어지지 않아선 안 된다. 백남준 신화가 지속되면서 이를 계승하는 후진들이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뉴욕에 백남준 미술관 또는 기념관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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