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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전시장 문화에 대하여

오광수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음식 냄새나 화장실 냄새가 나면 작품을 감상할 기분이 싹 가신다. 음식 냄새는 전시를 하는 작가 측에 그 원인이 있고, 화장실 냄새는 설비에 문제가 있으니 당연히 화랑주의 책임이다. 전시장에 음식을 들고 들어가거나 숫제 손님을 맞는 예우(?)로서 음식물을 내어 놓는 경우를 가끔 목격하게 된다. 가벼운 음료라면 몰라도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전시장에 냄새가 퍼지니까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픈 행사 때도 가능한 한이면 간단한 것으로 마련하는 것이 보기에 좋다. 거창하게 차려놓아 뷔페 음식점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은 곤란하다. 모두 상차림에 몰려들어 왁작한 모습은 미술전시장 모습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화장실 냄새가 전시장 안까지 풍겨온다는 것은 관리의 문제다. 최근 화장실 문화가 해외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다는 것이 공감되고 있다. 전시장에 딸린 화장실의 설비가 다른 어떤 공간보다도 뛰어나야 한다. 화장실에서의 역한 냄새도 문제이지만 전시장 내부에까지 냄새가 풍겨온다는 것은 감상에 심각한 방해가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전시장에 오는 관람객들이 많아졌다. 어릴 때부터 전시장을 출입한다는 것은 제대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능력이 없더라도 문화적 교양을 익히게 되는 좋은 체험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시장에서 운동장처럼 뛰고 달리는 모습은 곤란하다. 그 일차적 책임은 보호자에게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쉬쉬 하면서 아이들에 주의를 주는 보호자가 있는가 하면 건성으로 주의를 주고는 아랑곳 하지 않는 보호자가 의외로 많다. 전시장은 공공의 장소요 조용히 감상하는 자리다. 옆에서 뛰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감상자는 제대로 작품에 몰입할 수가 없다. 참다못해 한마디 주의를 줄라시면 보호자란 사람의 눈길이 곱지 않고 입을 비죽거린다. 왜 남의 아이에 간섭이냐는 식이다. 미안한 생각은커녕 되래 역정이다. 미술관에 단체로 오는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학생들의 경우, 손바닥으로 작품을 훌고 가기도 한다. 인솔교사가 미리 주의를 주어야 하는데 완전히 방치상태다. 작품이 손상되는 요인 가운데 인위적인 파손행위가 의외로 많다.

전시장 안에서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 역시 감상을 방해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핸드폰을 사용할 경우, 전시장 박에 나와서 사용 하는 것이 예의다. IT산업의 대국답게 핸드폰 소리는 어디서나 들리고 공공의 장소인데도 여기저기서 핸드폰 전화기에 대고 큰 소리로 대화하는 모습을 일상으로 만날 수 있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처럼 전시장에 들어올 때는 핸드폰을 끄는 것이 예의다. 옆 사람들의 관람에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
화분을 사양하자
입구에서 내부에까지 화환과 화분으로 뒤 덥힌 전시장엔 아예 들어갈 기분이 나지 않는다. 더욱이나 전시장 구석구석에까지 줄 세워 놓은 화분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미술전시장인지 꽃집인지 얼른 분간이 가지 않는다. 미술전시장에 화분과 화환을 가져오는 나라는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밖에 없지 않는가 한다. 전시장 입구에 보란 듯이 세워놓은 화환을 보면, 붉은 리본에 보낸 이의 직함과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다. 화환을 보내는 이도 문제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작가의 의식도 큰 문제다. 화분이나 화환과 같은 허례적인 것 대신에 이에 상응되는 봉투를 보내는 것이 작가에겐 훨씬 요긴하다. 물론 이도 장려되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작가에겐 작은 기부금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차선책은 된다고 본다. 가끔 안내장에 화분은 절대 사양한다는 구절이 있지만 그래도 인습적으로 보내는 이들이 있다. 하루 빨리 없어져야할 풍속이다.

전시도 하나의 작품이다. 작품을 어떻게 진열할 것인가가 작품의 내용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엔 화랑이나 미술관의 전문 큐레이터들이 진열에 심혈을 기우린다. 그들 자신의 작품 행위기 때문이다. 전시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은데 굳이 작가가 나서서 벽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전부를 가능한 한 보여주겠다는 의욕 때문에 전체 작품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목격할 때가 적지 않다. 굳이 작가가 관여하고 싶다면 조언 정도로 끝나야 한다. 작품 진열이란 연출 몫은 큐레이터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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