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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각가들은 다 어딜 갔는가

오광수

지난 6월 29일 옛 뚝섬 경마장 터의 서울 숲에서 서울시립 미술관 주최의 야외조각 심포지엄이 열리었다. 15명의 중진, 중견, 신진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오랜만에 대하는 무게 있는 조각전이어서 그동안 조각에 대한 불신이 다소나마 상쇄되었다. 조각에 대한 불신은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환경조각, 도시 구조물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조각가들의 관심은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에 쏠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각전이 뜸해 졌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좋은 조각의 출현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돈도 되지 않는 자기 작품에 매달리기 보다 환경조각물을 맡게 되면 그만큼 수입이 보장된다는 것이 조각가들이 환경조각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일차적 요인이다. 환경조형물을 맡기까지는 그 나름의 노력이 경주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가 보면 조각가의 본래적인 위상을 망각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된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조각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조형물의 사회적 책임
환경조각, 도시구조물은 그것이 환경 속에 또는 도시 속에 자리함으로써 일정한 대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임에도 적지 않은 작품들이 이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이 놓여지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벌써부터 시각공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일정한 실내 공간에 설치되는 작품의 경우, 보기 싫으면 실내공간에 접근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도시의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조형물은 그것을 보지 않고 지나가기는 곤란한 일이다. 보지 않을 수 없고 봄으로서 일어나는 거부감은 그것이 많은 사람들로 확대될 때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등하게 된다. 환경 조형물에 대한 일정한 심의기구가 있음에도 왜 이런 공해물이 버젓이 등장하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문가가 보는 관점과 일반 대중이 보는 각도는 다를 수 있다. 지나치게 대중을 의식한 작품치고 예술성이 뛰어난 예를 찾기가 어렵다. 일반 대중은 싫어하는데 전문가들의 점수는 높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오랜 시간을 두고 대중들의 심미안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처음은 거부감이 오다가도 오랜 시간을 두고 봄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터득해나가게 되고 그만큼 심미안이 높아지게 된다. 사실 예술가는 대중을 이끌어가는 입지에 있지 그들의 수준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환경조형물의 발주형식
환경조형물의 질적 수준이 저하되고 있는 요인 가운데 발주형식을 들 수 있다. 조각가는 스케치만 그려주던가 주먹만 한 마케팅을 만들어 공장에 넘겨주면 공장의 직공들이 주문에 따른 크기대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과거의 제작 방식과 같은 수공업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최소한 작품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감독하고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자신의 조형성을 구현해 내어야함이 당연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니까 자기 작품인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창작보다 황금에 눈이 어두운 예술가들의 의식의 황폐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시각적 공해물들이 시민의, 대중의 눈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엔 코드에 맞는 신종 문화 브로커들이 온갖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하는 현상을 빚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한 국면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세대가 갖는 물질에 대한 사유의 빈곤도 큰 문제다. 물질을 다룸으로서 물질과 더불어 사유하는 능력이 배양됨에도 불구하고 아예 물질을 떠난 아이디어 구조물에만 집착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재료의 속성과 구조의 기본적인 인식이 없이 덤비는 작품이란 한결같이 키치풍이다. 재료의 다양화와 이에 따른 기제의 풍부한 적용이 조각의 가능성을 그만큼 담지하고 있음에도 뛰어난 조각이 출현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때로 공공작품에 참여할 수도 있고 환경조형물 주문을 받아들일 때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주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조각가들은 다 어딜 갔는가. 이제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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