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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중견층이 설 땅이 없다

오광수

중진, 대가와 신예들에 밀려 중견층이 극도로 위축되어가고 있는 현상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중견층이란 연령으로 구분하자면 3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에 걸쳐 있는 세대 층을 가리킨다. 신진의 경지에선 벗어나 어느 정도 미술계의 경험을 쌓은 세대 층을 가리킨다. 그런대, 이 중견층이 화려한 신예들의 각광과 인기에 몰려 제대로 그 위상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확고한 자기 위상을 가다듬은 중진, 대가들의 반열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적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밑에서나 위에서나 다 같이 밀리는, 정말 어중간한 상태에서 초라한 자신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입지에 놓여있다.
최근 미술계의 급격한 지각변동이 젊은 작가 중심으로 박차 되고 있다. 주요한 기획전의 단골은 거의가 젊은 층 몫이다. 젊은 작가 발굴전이란 기획전이 미술관 마다 있다. 그러나 중견을 대상으로 한 기획전은 찾기가 어렵다.

신진 작가들에 대한 관심의 폭발적인 집중현상은 먼저, 신선함과 다양함 그리고 기발함(의외성)으로 포장된 궁금증에서 비롯한다. 지금까지 보아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에서 오는 시각적 충격은 예술이 지닌 속성으로서의 새로움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한편, 신진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작가 층의 폭넓음에서 오는 잠재성에 기인되기도 한다. 폭이 넓다는 것은 다양성을 담보해준다. 무한한 광맥을 채굴하려는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진 층 작가들이 의외로 화랑가의 인기대열을 이루는 데는 공급과 수요층의 관계의 밀착에서 연유되어지기도 한다. 공급자로서의 작가 층과 수요자로서의 고객층이 비슷한 정서에 유대 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디지털 세대가 갖는 정서의 견인은 여러 부분에서도 감지되지만 미술 영역에서도 간과될 수 없다. 최근, 해외 옥션에서 깜짝 놀랄 만한 상한가를 이루고 있는 신예작가들의 뉴스가 같은 세대 작가들을 더욱 분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말하자면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젊은 세대란 기대만큼 위험 요소도 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가의 생명이란 일시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참 인기가 오르다가도 어느 사이 추락할지 모른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기대는 상당 부분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중견층의 자기반성
중견층의 인기 상실은 상대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고객 층이 없어지니까 화랑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 화랑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까 고객층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세다. 말하자면, 악 순환의 거듭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우리 미술은 중진, 대가 층과 인기의 신예 층이 메우고 있고 그 중간에 있어야 할 중견층은 실종되고 없는 상황이다.
중견층이란 비유하자면 사회를 이루는 중간층으로서 중산층에 해당된다. 중산층이 넓고 튼실해야만 그 사회가 안정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가 급속히 중산층이 없어지면서 경제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같은 논리에서 중견층이 제대로 설 땅이 없다는 것은 우리 미술계가 불구적 증후에 빠져가고 있다는 것이 된다.

중견층이 이렇게 소외되는 요인은 전적으로 밖의 문제일까. 요인을 안으로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왜 중견층이 소외 되는가 란 당면 문제를 중견층 스스로가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외부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세태에만 원망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중견층 스스로에 의해 제기되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외부적 상황에 못지않게 내부적 요인이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안이하다. 이제 어느 정도 자기 세계가 다듬어졌으니까 좀 쉬어야겠다는 심리적 작용이 작가의식을 무디게 하지 않은가 본다. 요령만 풍부해졌지 진지한 의식의 추동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애매한 위상, 주춤거리는 태세를 박차고 치열하게 모색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연 관심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남의 눈을 끌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풍부하게 가꾸어야 한다. 우리 미술의 불구적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중견층이 자기 자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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