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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기증 문화에 대하여

오광수

어느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미술 작품을 공공의 미술관에다 기증하는 사례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 보편화되어 있다. 비싼값으로 사들인 미술 작품을 재산 품목으로 치부하지 않고 공공의 미술관에 기증하는 풍조는 미술 작품이란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소유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공의 재산이란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가면 전시장 입구에 작품을 기증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명판을 엿볼 수 있다.

숫제 어느 전시장은 누구에 의해 기증된 작품의 방이란 독립된 공간으로 꾸며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들이 한결같이 미술관 자체의 구입 예산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기증에 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엄청난 가격의 작품을 자체 예산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미술 작품의 수장 역사도 짧을 뿐 아니라 유독 자신이 산 작품은 영구히 자기재산이란 인식이 강해 좀처럼 기증이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다. 가끔 평생을 모은 작품들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현대 미술 작품의 경우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미술 작품의 기증이 이렇게 인색한 것은 기증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미술 작품이란, 특히 뛰어난 작품이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보고 즐겨야 하는 공공의 재산이란 인식 즉 공공의식이 정착되지 못함에서 기인된 것이다. 자신이 비싸게 산 작품을 왜 기증해야 하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만인이 공유하는 문화란 인식을 가질 때 비로소 기증은 가능해진다.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 수준은 개인의 재산에서 공공의 문화로까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요즘처럼 미술작품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어려운 일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몇 사람의 중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대량 미술관에 기증한 일이 있었다. 한 두 점도 아니고 수십 점에 이르는 작품을 선뜻 미술관에 내놓았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자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있는 일이긴 하지만 작품의 기증은 작가들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면 작가가 작고한 후 그 유족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터이다. 황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미술관에 기증한다는 일은 정말 고마운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같은 용기는 그들 역시 미술작품은 재산 목록이 아니라 만인이 보고 즐기는 문화유산이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술작품은 문화유산이고 기증에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증문화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사회적 장치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세재혜택과 기증자에 대한 미술관 측의 명예적인 대우 같은 것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작품을 기증한다면 일단 공개되고 자랑스럽게 생각되어야 할 일을 쉬쉬 하면서 한다는 것은 기증자가 기증 후에 입게 될 불이익 때문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비싼 작품을 소유하게 되었느냐는 세무 조사가 뒤 따른다면 감히 누가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하겠는가. 이 역시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개인의 재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불신 풍조에서 기인된 것이다. 기증 문화가 정착하려면 우선 이 같은 사회 전반의 문화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의 문화유산만이 유산이 아니라 현재 제작되고 있고 현재 유통되고 있는 것도 문화유산이다. 상품내지 재산 품목으로 보지 말고 문화유산으로 보는 사회 전반적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 미술관의 소장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마네나 모네는 고사하고 피카소나 마티스 한 점 없는 것이 우리의 공공 미술관의 소장 현실이다. 그렇다고 국내의 현대작품이 풍부하냐 하면 그렇지도 못한 편이다. 국립이나 시립과 같은 대표적인 공공 미술관의 소장 내역이 일본의 시골의 미술관 소장 내용보다 빈약한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두고 문화 운운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며 문화 대국 운운 하는 것도 넌 센스다. 기증 문화를 진작시켜 우리의 빈약한 면모를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는 없을까.


On donation
It is not rare in the West to donate personal collections to public museums. Publicizing personal collections by donation reveals the viewpoint that artworks should not belong to any individual but form a cultural heritage for the public. We, however, still regard artworks as personal possessions and therefore are reluctant to make donation to the public causes. For public museums with shrinking purchase fund, donation is one of the important ways to secure their collections. To encourage personal donation, tax redemption and public admiration for the donors need to be institutionalized. Recent news that some established artists gave their works to public museums is exemplary of good donation. We are anticipating more! news of private do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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