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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상’ 작년 수상자, 민정기 수상기념전

오광수

<리뷰> 전통 조형의 현대적 재현

‘이중섭미술상’ 작년 수상자 민정기 수상기념전



‘이중섭미술상’은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이중섭 예술세계와 경향을 같이하지 않더라도 그의 예술혼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치열한 작가정신, 순후(醇厚)한 인간애, 거부하는 몸짓의 민족혼의 반영, 풍부한 해학성과 구성의 자율을 통한 격조 높은 회화성을 지녔다면 수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위작사건으로 인해 이중섭의 이미지가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맑고 순수한 작가의 생애와 예술적 성과가 깊은 상처를 입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중섭미술상의 의의가 더욱 널리 알려져야 할 것이다. 이런 때에 작년에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서양화가 민정기의 수상기념전(18일까지 조선일보 미술관·02-724-6322)이 문을 열었다. 민정기는 산을 주 모티프로 다루어온 작가다. 이 작가는 전통적 양식(민화, 민속적 도상) 속에서 고유한 조형성과 그것의 현대적 변이의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하고 천착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작품들은 산을 모티프로 한 거대한 화폭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 북한산전시서문에서 미술평론가 최민은 서양식의 시점인 ‘풍경’이란 표현 대신 ‘산수(山水)’란 말로 그의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 풍경과 산수는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차이를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정기는 유화라는 서구적 재료와 기법을 구사하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흥취와 품격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민화적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 때로는 겸재와 현재의 진경산수에서 보이는 격조에 닿아있는 것으로 보인다.”(최민)

지적과 같이 ‘북한산’ ‘청령포 관음송’ ‘벽계구곡’ 등 이 전시에 걸린 작품의 근간은 조선조 시대의 진경산수에 가 닿는 바 있고, 표현의 양식에 있어선 민화에서 오는 고졸함과 순후함을 아울러 담으려고 하고 있다. 현장감이 강하면서도 관념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대목에선 그 자신의 독자한 양식화에 대한 의욕을 접할 수 있다.

최근 전통적 조형을 현대적으로 패러디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단순한 옛것의 도용이나 차용에 머문 수준이라면, 민정기의 이번 작품들은 그것을 육화(肉化)하는 차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선일보 2007.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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