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24)신사실파 60주년 기념전

오광수

신사실파전은 1947년에 창설되어 이듬해인 48년에 첫 전시를 갖고 49년 2회를 가진 후에 한국전쟁으로 인해 일시 중단되었다. 3회전은 부산 피난시기에 열리었는데 이것이 마지막 전시가 되었다. 신사실파는 37년에 출범한 일본의 전위적 단체인 <자유미술가협회>에 가담하였던 한국인 작가 -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 등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전전부터 조형 이념적 동지로서의 유대가 돋보인다. <자유미전>은 30년대 후반에 등장한 일본의 대표적인 전위적 서클로서 추상미술의 선두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여기에 추상미술가로 참여한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은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최초의 추상미술가의 반열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신사실파 2회전엔 장욱진이 영입되었고 부산 피난시기의 3회전엔 이중섭, 백영수가 가담하였다. 신사실이란 명칭은 김환기의 제안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전하는데 신사실이란 이념적 의미가 새삼 논의의 초점으로 떠오른다. 글자그대로 해석한다면 새로운 리얼리즘이 되겠는데 이때의 리얼리즘이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냐 아니면 리얼리즘 본연의 의미로 거슬러 올라가 당대의 현실적 진실에 맥락된 것이냐가 그것이다. 김환기의 해방 후 작품 경향을 감안할 때 신사실이란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자연으로부터의 감동을 근간으로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 더욱이 새로운 국가의 건설이란 시대적 당면 과제가 앞에 놓여있었던 점을 떠올린다면 당대의 현실과 진실을 조형이란 매개를 통해 구현해보자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은가 본다.
신사실파가 등장하던 47년은 해방 공간의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미술계를 잠식해가고 있었던 시점이다. 신사실파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치의 계절에서 실종되었던 예술가의 본연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작가정신의 발로에서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환도이후 더 이상 전시가 이어지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일부가 (유영국, 이규상) 모던아트협회의 결성에 가담함으로써 그 정신은 6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규상의 유작, 발굴을 기대한다
환기미술관, 유영국 문화재단, 장욱진 문화재단이 주최가 된 이번 행사는 환기미술관에서<60주년 기념전>이, 장욱진 고택에서 <신사실파, 그 후 -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특별전>이, 그리고 유영국 문화재단이 <신사실파 6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를 각각 나누어 꾸미고 있다. 세 재단이 협동해서 벌인 기념전 행사는 한 시대의 조형이념의 결속과 전개 그리고 미술사적 의미를 가늠하는 기회로서 돋보인다. 근, 현대 미술에 대한 자료의 빈곤과 작품의 산실(散失)이 두드러진 점을 감안하면 이만큼의 행사를 벌인 것만으로도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라 본다.

다섯 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작과 유품의 절대빈곤을 면치 못한 이규상의 작품이 더 이상 찾아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1963년 마지막 개인전 때만도 20점 이상의 작품이 발표되었던 것을 기억하는데 그것들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혹시나 이 기념전을 계기로 그의 작품의 발굴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중섭의 재단과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는 것에 비하면 사후 유족과 유작의 행방이 묘연한 이규상의 존재는 그만큼 잊혀져가는 작가로 남아 있을 뿐이다.
회고전은 응당 당대의 작품이 중심을 이루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전시는 그렇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어수선한 해방 공간과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품이 제대로 남아날 수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 전후의 작품들이 그나마 당대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있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현대의 고전이 된 이들 작품들을 앞에 서서 우리미술, 특히 모더니즘 미술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The 60th anniversary of New Realism
The Hwanki Museum, Yoo Youngkuk Cultural Foundation, and Jang Wookjin Cultural Foundation sponsored the exhibition of the 60th anniversary of New Realism movement. The retrospective, exposition and the seminar prepared by the Yoo Youngkuk foundation to commemorate the 60th anniversary of New Realism movement are being prepared respectively at the Hwanki Museum, and in Jang Wookjin’s old house. This event, held by the three foundations in cooperation, is a rare occasion to trace the development and the artistic meaning of the figurative ideology of those artists’ time. The New Realism movement was formed in 1947 and held its first exhibition in 1948, and the following year, the second exhibition was held. The third, and the last, exhibition was held in 1953 due to the Korean War. The six members of the New Realism movement - Kim Hwanki, Yoo Youngkuk, Lee Kyusang, Jang Wookjin, Lee Jungsup, Baik Youngsoo - take their place in Korean art history as movement leaders having lead Korean modernism regardless of the ideological conflict between the right and the left in Korea. This exhibition has special meaning in that it tries to trace the historical achievement of the New Realism movement with the few materials left.

-Oh, Kwang-Su
Art Critic/Emeritus Director of Lee Jungsup Art Museum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