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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무나카타 시코와 최영림

오광수

무나카타 시코와 최영림전은 무나카타의 고향인 아오야마현의 현립미술관과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미술관)에서 잇따라 열리었다. 이 전시는 무나카타 시코와 그로부터 예술세계에 절대적 영향을 받은 최영림의 작품을 한 자리에 놓고 비교케 하는 기획으로 스승과 제자, 종국엔 서로 존경하는 예술가로서의 생애에 걸친 교류관계를 동시에 살펴보는 자리로서 의미를 새기게 하고 있다. 이들은 30년대 후반 선생과 학생으로 만났다가 오랜 세월을 격해 각각 자기 세계가 형성된 연후인 60년대 중반에 다시 편지로서 교류하면서 두터운 우의를 다진 보기 드문 경우에 해당된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일본에 유학한 한국인 미술 지망생이 적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해 보인 예는 드물 것 같다. 지배자와 피지배자로서의 상황에서 만난 선생과 학생의 관계는 어느 쪽이건 불편한 심리적 내면이 자리하고 있음은 떨쳐버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순수한 인간적인 관계로 이를 극복해보인 예도 없지 않은 편이다. 무나카타와 최영림의 관계도 단순한 사제의 것에서 벗어나 인간적 관계에서 점차 대등한 예술가로서의 관계로 발전한 보기 드문 예라고 할 만하다.

서양의 조형예술을 일본이라는 중간 매개를 통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당시 사정을 감안할 때 일본미술이 우리 근대미술에 미친 영향은 결코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사안이다. 저들을 스승으로 삼아 예술세계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저들의 영향과 감화가 우리속에 적지 않게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전시에서도 최영림의 작품 속에 무나카타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른바 무나카타의 방법이 어떻게 최영림에게 전수되고 있으며 최영림은 이를 어떻게 소화하고 자신의 고유한 세계로의 발판을 만들고 있는가를 연구하는데 이 전시가 갖는 의의가 주어져야 하리라 본다.





무나카타의 불교세계와 최영림의 민간설화
최영림이 무나카타에게 사사한 부분은 목판이다. 두 사람의 목판을 비교해보면 그 뿌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최영림이 무나카타를 통해 판화의 방법에서 뿐 아니라 소재의 영역에까지 깊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무나카타가 지속적으로 판화의 세계로 진입해간 반면 최영림은 60년대 이후는 유화의 세계에 빠지고 있다. 60년대 초기에만 해도 간혹 판화의 발표를 엿볼 수 있었으나 만년으로 가면서 유화와 드로잉 작품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유화 작품에서 보는 내용에 있어서 무나카타의 감화가 적지 않게 베여있음을 간과할 수 없게 한다. 무나카타가 보여주고 있는 민간설화와 불교설화의 주제가 최영림에 와서는 민간 전설, 원생적 풍경으로 발전되어 나오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에로틱하면서도 해학적인 설정에서도 무나카타의 영향이 적지 않음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영림이 무나카타의 영향을 벗어나는 계기는 향토적인 주제의식과 그 독자의 기술적 방법의 탐구에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 민간 전설과 원시 공간에 자유롭게 뛰노는 건강한 여체와 해학적 설정과 흙, 모래를 안료에 섞어 토속적 정취를 구현했던 질료의 탐구는 그 독자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목판의 방법에선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던 무나카타의 영향을 유화의 세계에서는 훌륭히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두 작가를 비교하는 차원을 떠나 각각 두 사람의 대가를 회고적인 차원으로 조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가 주어진다. 일본의 대표적인 판화가 무나카타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란 많지 않다. 불교적 설화와 민간설화와 해학적 내용, 표일한 표현 속에 밀도 높은 구성이 보여주는 대가의 풍모를 음미한다는 것은 더 없는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시도한 병풍형식, 책 형식, 벽화 형식 외에 이야기체로 펼쳐 보인 만다라의 구성이 보여주는 현란한 조형세계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Munakata Siko and Choi, Young-lim
The exhibition of is an occasion to compare the styles of Choi, Young-lim and his inspiring teacher Munakata. It is even more meaningful because the two are not only teacher and student but also equal artists who admire each 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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