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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드로잉의 재발견

오광수

소마미술관에서 <한국 드로잉 100년전>이 열리었다. 소마는 이 전시 외에도 그동안 꾸준하게 신진들의 드로잉전을 기획해 온 바 있다. 한 미술관이 어느 분야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피력하는 것은 그 미술관의 성격 형성에 크게 기여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어느덧 소마미술관을 드로잉 전문 미술관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성과가 적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드로잉 100년 전을 기해 새삼 드로잉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던져 본다.

일반적으로 드로잉이란 데생 또는 스케치와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본격적인 작품을 준비하면서 예비적으로 그려본 일종의 밑그림 또는 계획의 메모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석고데생과 같이 묘사의 기초 과정으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 이거나 과정의 영역이거나 수단의 방편 이상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드로잉은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독특한 장르로서 격상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드로잉이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 경으로 소급할 수 있다. 개념예술 또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발로 제기된 그림의 회복이 자연스럽게 드로잉의 재발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때의 드로잉은 지금까지의 밑그림이나 묘사의 과정의 개념에 머물지 않고 그린다는 행위와 그리려는 의도의 총체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단순한 계획의 과정 이상으로 독립된 영역으로 취급된 것이다.
작품이란 먼저 생각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구체적인 매체를 통해 구현 되어진다. 예술가에 따라 그 생각을 바로 화면이란 바탕에 옮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정한 드로잉을 시도해보고 화면에 옮기는 유형이 있다. 전자는 드로잉의 과정이 이미 화면 속에 수렴 되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후자는 생각을 가다듬는 퇴고의 과정을 통해 완성에 도달하려는 태도이다. 첫 인상이 중요하듯이 처음 떠오른 생각의 최초의 기록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듬어가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감성의 가장 직접적인 유로의 현상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로잉이 하나의 영역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명분은 실로 이 최초의 순수한 생각의 피력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드로잉이란 단순히 미술가들의 작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창작가 전체에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극 연출가의 콘티라든지 무용가의 안무 스케치라든지 작곡가의 착상의 메모라든지가 모두 드로잉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의 피력이란 여러 양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건축가가 시도하는 건물의 개념적 메모나 화가가 시도하는 화면의 전체적 구성이 다르지 않다. 이 최초의 메모야말로 그 예술가의 생각의 실마리이자 어떤 완성을 위한 첫 걸음이랄 수 있다. 이는 완성과는 또 다른 기념적인 족적이지 않을 수 없다.
현대적 드로잉은 그린다는 행위의 회복이다
드로잉의 중요성은 어떤 의미로 보면 그린다는 행위의 회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기계적인 방법에 의한 드로잉도 있을 수 있으나 참다운 드로잉이란 손에 의한 그림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매체가 그린다는 행위 자체를 소멸시켜간 것이 오늘의 현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에서 손으로 전달되어지는 사유의 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드로잉의 재발견이란 그린다는 행위의 재인식이자 그린다는 사유의 회복이란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지 않을 수 없다.

소마가 기획한 <한국 드로잉 100년>전은 전통적인 방식의 드로잉인 백묘화에서부터 서구에서 배워 온 데생까지 한국 드로잉의 역사적 맥락을 정비해본다는 기획의도를 들어내고 있다. 1870년에서 1970년으로 이어지는 100년간의 한국 드로잉의 면모는 그 시간대가 말해주듯 현대적 드로잉의 새로운 인식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 전통적 밑그림의 유형과 서구에서 받아들인 데생의 기법을 보여주는 범주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현대로 이어지는 드로잉의 재인식의 맥락과 드로잉이 사유의 체계와 밀접하게 연계된다는 사실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작업도 곁들여 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Rediscovering the art of drawing
The exhibition <100 years of Korean drawing> was held at the SoMA Art Museum. The museum has always shown interest in drawings. We cannot neglect the fact that its interest in one particular domain can influence the museum’s character and identity. The SoMA has already earned its honorable reputation as a ‘drawing museum’ through numerous drawing exhibitions in the past. In today’s society where machines are taking over manual activities, drawings provide a way to recover the human spirit through the hand.
In this context, this drawing exhibition seems to be more than timely. This exhibition assembles drawings produced between 1870 and 1970. It will be a good opportunity to overview the historical context of Korean drawings. It may have been more recommendable, however, if the SoMA had also put the contemporary drawings onto the exhibition to examine the relationships between drawings of the present and those of the past.

-Oh, Kwang-Su / 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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