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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노을공원과 야외조각장

오광수

난지도 노을공원에 새롭게 야외조각장이 만들어졌다. 서울시가 3단계로 야외조각장 조성을 발표했고, 그 첫 단계로 10명의 조각가 작품 10점이 설치된 것이다. 생존해 있는 중진에서 중견급에 이르는 연령대의 우리나라 대표적인 조각가의 작품들이 일당에 모아져 규모 있는 야외조각장이 탄생된 것이다. 참여 조각가는 최만린, 박종배, 이종각, 강은엽, 김청정, 김광우, 박석원, 심문섭, 김영원, 강희덕이다. (운영위원-유희영, 윤진섭, 윤범모, 서성록, 최태만, 오광수) 이미 야외조각공원 또는 야외조각미술관은 여러 곳에 조성된바 있어 결코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야외조각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은 터다. 그럼에도 노을공원의 조각공원 조성은 몇 가지 사항을 통해 독특함을 들어내고 있어 국내 미술계의 주목할 만한 이벤트로 기록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먼저 노을공원 야외조각장이 지니는 독특함은 입지에서 찾을 수있다. 노을공원은 주지하다시피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몇 십 년을 통해 서울시민이 내다버린 쓰레기가 산을 이루었고 그것이 아름다운 이름 난지도에 어울리지 않게 악취의 땅, 폐기의 땅, 죽음의 땅으로 치부되었었다. 여기서 나오는 악취는 공항에서 서울시로 진입하는 외국관광객이나 국내인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안겨주었으며 수도 서울의 첫 인상을 망쳐놓는 주범으로서 악명이 높았다. 여름철엔 강을 건너 여의도까지 악취가 번져 나가 아파트의 창을 열지 못한다는 원성이 잦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식물의 싹이 터고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지로 변모되어갔다. 놀라운 자연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죽음의 땅이 재생의 땅, 다시 숨쉬는 생명의 땅으로 거듭난 것이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두 번째는 조각공원으로서의 조건이다. 야외조각공원은 일종의 야외미술관으로 실내의 미술관과는 다른 조건을 지닌다. 자연과 어우러져 작품자체가 살아있는 자연으로의 독특한 모습을 띨 때에야말로 야외조각 또는 야외조각공원이라 할 수 있다. 실내에 있던 것을 야외에 내다 놓았다고 바로 야외조각 작품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크기만 키웠다고 해서 야외조각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닌 요인이 여기에 있다. 노을공원은 처음엔 시민들을 위한 골프장으로 만들어졌던 곳이다. 완만한 구릉과 잔디밭, 트인 시야는 골프장으로 먼저 조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같은 조건은 야외조각장으로서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조각과 조각과의 일정한 거리, 작품과 주변 자연과의 스스럼없는 어우러짐, 배경으로서의 원경-시가지와 한강-등이 조각공원으로서는 완벽에 가깝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셋째는 10명의 조각가 작품 10점이 비록 한정되었지만 우리나라현대조각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추진될 2,3단계를 마무리 짓는다면 한국현대조각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서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시원스럽게 자리 잡은 작품들의 위치와 스케일은 지금까지 조성된 야외조각공원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 중의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치상으로 서울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88년에 세워진 올림픽조각공원과는 동서의 축으로 서로 견인되고 있음도 주목된다. 88올림픽 조각공원이 국제적인 조각가들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져 우리의 국력을 반영하는 올림픽행사의 산물이란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면, 노을공원의 조각장은 우리의 현대조각의 역사를 한눈에 관망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교육적 의의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조각공원이 지니는 더 높은 의미는 버려진 땅, 죽은 땅에서 새로운 생명의 싹이 움터났다는, 그래서 재생 또는 부할의 기적을 이룬 장소에 인간정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미술작품이 놓였다는 사실에서 찾아 질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의 재발견’이란 르네상스의 개념을 이 조각공원 조성의 테마로 차용한 것도 이에 말미암는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놀라운 드라마가 노을공원이란 장소 위에 벌어지고 있음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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