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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순수예술도 韓流 붐을 일으키려면

오광수

대중예술의 한류(韓流) 붐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인도·이란·이집트로 번져가고 있다. '겨울연가' '대장금' '주몽' 등 드라마에서 슈퍼주니어·동방신기·소녀시대·원더걸스·샤이니 등 대중음악으로 확대되면서 그 폭발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근래의 대중예술 한류 붐은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어 가고 있다.

최근엔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이제껏 보지 못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 몇몇 개인에 의한 콩쿠르 입상이 전부였던 음악·무용 분야에서 집단적인 초대와 놀라운 현지 반응은 좀처럼 없던 일이다. 한국 무용을 유럽 무대에 집중소개하는 코리아무브스 프로젝트, 국립무용단의 국가브랜드인 '춤·춘향'의 해외공연, 사할린·앵커리지 등 재외동포 거점지역에 파견한 우리 전통예술 강사들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반응, 국립발레단과 러시아볼쇼이발레단의 합동공연 등은 순수예술에도 한류 붐이 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출판계에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는 뉴스까지 예사롭지 않은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순수예술 분야의 한류 붐은 성급하게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은 태생적 특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순수예술에선 대중예술에서 보이는 폭발력을 내장한 선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 순수예술의 감동은 밀물이 밀려오듯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고, 오랜 시간이 거치면서 서서히 익어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 1970~80년대 일본에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해 뜨거웠던 반응을 참고할 만하다. 우리 순수예술이 다른 나라에서 그토록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예는 없었다. 1975년 '다섯개의 흰색'전(展)을 시발로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 '한국 현대미술:70년대 후반의 한 양상'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전 등 수많은 기획전이 삿포로에서 후쿠오카에 이르는 전 일본의 유수한 미술관들로 이어졌다. 일본인들은 왜 단색파(백색파)의 한국 현대미술에 그토록 뜨거운 관심을 보였던 것일까? 그들은 한국 현대미술이 국제적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일본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아마도 야나기 무네요시가 일찍이 조선백자(白磁)를 통해 조선의 마음을 읽었던 것의 추(追)체험이 아니었을까. 달처럼 환하게 떠오르는 백자를 통해 조선의 마음을 이해했던 야나기처럼 일본인들은 한국 현대미술의 화면을 통해 다시금 되살아나는 독특한 한국문화의 정화(精華)를 발견했을 것이다.

순수예술의 한류 붐이 조성되기 위해선 이처럼 먼저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정책적 노력과 전략적 모색이 필요하다. 많은 우리 예술가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은 물론, 다수의 해외 예술가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상호교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파는 곳에 우리 예술가들을 함께 보내 한국 문화예술을 전파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가슴으로 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때 비로소 한국 순수예술의 가치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고, 그 즈음에야 대중예술의 한류 붐에 못지않은 한국 순수예술의 감동도 세계를 진동시킬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선 2011.4.1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11/2011041102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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