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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그림 스캔들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5)

양도소득세 문제가 2년 유예되었다고 그나마 한숨을 놓는가 했더니 그림이 비자금 조성의 대상이란 언론가십이 연일 이어져 미술계나 화랑가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8억짜리 앤디워홀의 <플라워>가 도마에 올랐다. “오리온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은 <플라워>의 구입경위 등을 확인해 비자금 의혹과의 연관성을 조사 할 방침”이라는 기사. 그런가하면 고(故) 최욱경의 <학동마을>이 인사 청탁의 대용물로 회자되고 있다. 몇 개의 화랑이 얽혀있고 그 사연인 즉 너무 복잡해서 여기 옮기기도 쉽지 않다. 한 신문은 “탈세와 로비의 방편으로 악용된 미술품 문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면서 “정가가 없는 미술품이 재산 이동과 편법증여, 상속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리의 잠재성을 까발리고 있다. 화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몇몇 특정 화랑들의 문제이지 정작 대부분의 화랑들은 비자금 조성에 끼어들 수 없노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가까스로 미술품 양도소득세를 유예시키고 나니까 또 이런 악재가 터졌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되어서인가. 미술작품이 근래에 들어오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화랑가가 무슨 복마전 같은 인상을 주고 있음은. 음성거래, 비자금조성, 상속수단, 위작시비 등등... 한동안은 미술가들의 입시·심사 비리가 세상 사람들의 힐난의 대상이 되더니 이제는 미술작품이 곤혹을 치르고 있는 즈음이다. 미술하면 깡통(거지밥통)찬다고 극구 말리던 것이 어제 같은데 미술작품이 몇 백에서 몇 억 운운하지를 않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 않나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연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미술작품이 상품으로 거래된 역사는 2-30년에 불과하다(우리의 경우). 70년대에 접어들면서 화상이란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이른바 상업 화랑이란 것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미술작품이 상품으로 취급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미술작품이 팔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상품으로서의 인식이 제대로 이루어져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극소수의 애호가들의 전용적인 취미생활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에 이르면서 미술품을 거래하는 공공연한 직종으로서 화상이 등장하면서 보편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시대적으로 우리사회가 산업화시대로 진입하던 무렵과도 겹쳐 권장할만한 고상한 취미로서 미술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도 재테크가 된다는 은근한 유혹까지 따르면서 경기의 활성화가 급속도로 진척된 것이다.작품의 교환가치가 부각될때 일어나는 문제
1980년대를 지나면서 화랑가는 미증유의 호황기를 맞으면서 통제 불능의 질서의 와해가 뒤따랐다. 미술작품은 상품으로서 치환할 수도 있지만 먼저 예술작품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상식을 저버린 채 단순한 교환가치로 전락시킨 것이 유통질서의 기본을 파괴시킨 전범이었다. 화랑과 미술가들이 가격설정에서나 유통의 정도에 좀 더 숙고해서야 할 사항들을 팽개친 채 오로지 돈으로 치환하기에 급급한데서 심각한 문제가 파생된 것이다. 음성거래, 이중가격, 타작의 양산, 여기에 한탕을 노리는 위작의 범람까지 악순환의 연속이 지금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종래는 비자금조성의 대상으로까지 이른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책임은 미술가와 화랑에 있는 것을. 돈이 될 수 없었던 미술작품이 엄청난 교환가치를 지니게 되니까. 미술학교 지망생들에게 깡통 차고 싶으냐고 힐난했던 상황이 역전되면서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니까 세상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이 쉽사리 교환가치로 치환 될 수 없음에 비해 미술작품이 그 점에서 유리하다는 특성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품적 가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예술적 가치가 비례되는 것은 아니다. 상품적 가치는 때로 일시적이고 유행을 타기도 하지만 예술적 가치는 이런 세속적 잣대와는 거리가 멀다. 팔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창작이란 절대적 가치에 자신을 불태웠던 과거의 수많은 미술가들, 그들이 누리지 못한 세속적 부를 정작 누리는 것도 엉뚱한 사람들이 아닌가.

미술작품이 교환가치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들은 미술가와 화랑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면 그렇게 난제도 아니다. 지금에서야말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숙고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건전한 미술계 풍토를 위해선 자숙과 타개책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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