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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열화당 40년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68) 열화당이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열화당 40년은 우리나라 미술출판 40년이란 의미를 지니는데서 그 존재 의의가 한결 빛난다. 미술출판이란 것을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시절 출발하여, 미술출판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염려스럽게 바라보았던 많은 사람들의 기우를 떨치고 40년이란 여정을 이어왔다는 사실에 우선 경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열화당 40년을 축하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출판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사실과 불모의 미술출판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에 있다. “출판은 고성장, 고수익의 논리가 지배하는 장이 아니라 지적생산자인 저자와 수요자인 독자의 교류와 발전을 위한 터전이라는 소신”으로 40년의 여정을 기록한 열화당 사장(이기웅)의 용기와 소신, 소여의 책임감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열화당 도서목록을 보면서 한 출판사가 이토록 많은 일을 해내었다는데 다시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의 미술문화가 적지 않게 열화당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출판은 광범한 차원의 문학과 깊은 관계에 있다. 미술 역시 모든 이론화작업이 출판이란 매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열화당이 미술출판을 시작했을 70년대 초만 하더라도 미술관계 서적이란게 몇몇 교재용 밖에 없었다. 저술활동이란 생각 할 수도 없었다. 열화당이 출범함으로써 비로소 미술관계 저술활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열화당 출범과 같이 저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론가들이 비로소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화당이 출범한 이후, 7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미술출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느덧 미술출판이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다른 출판과는 달리 미술이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지닌다. 이런 조건을 감당하고 전반적인 출판 상황이란 것을 조화시켜 나가지 않으면 지속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특정한 영역에 대한 애정과 문화적 소신이 없고는 불가능하다. 그동안 많은 굴곡이 있었다. 다른 출판에 비해 미술은 더더욱 많은 충격이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의 진척 속에서 열화당은 오히려 더욱 자신을 가누어가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40년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술을 주종으로 하는 출판사들이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팔리지 않는 책을 어떻게 내느냐고 울상이다. 그런 속에서도 열화당은 꾸준하게 출판이 이어지고 있다. 팔리지 않는다고 책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지 않으면 안 될 소명이 있기에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서목록을 보면 이 사실이 반증된다. 아마도 그것은 단순한 비즈니스로의 출판이 아니라 문화로서의 출판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본다.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예술”을 위한 여정은 그러기에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열화당은 미술출판만 한 것이 아니다. 미술이 주종이면서 한국전통문화와 약간의 문학서도 발간하였다. 그동안 나온 서적을 종별로 더듬어보면, 미술책방(『건축예찬』, 『칸딘스키-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누드의 미술사』 등), 미술선서(『한국초상화연구』, 『한국문양사』 등), 미술문고(『이쾌대』, 『김환기』 등), 현대미술운동총서(『후기인상파』, 『팝아트』, 『개념미술』 등), 사진문고(『라즐로모홀리 - 나기』, 『최민식』, 『강운구』 등), 전통문화(『한국호랑이』, 『초가』, 『옹기』 등), 교양한국문화사(『석굴암』, 『향가』 등),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반고흐』, 『세잔느』, 『피카소』 등), 화집(『박수근』, 『장욱진의 먹그림』, 『최종태』 등), 그 외 단행본으로 『한국미의 조명(조요한)』, 『원융과 조화(강우방)』, 『한국미의 탐구(김원용)』, 『한국회화사론(이동주)』, 『경주남산(강운구)』, 그리고 『한국의 굿』, 『한국의 탈놀이』, 『일본의 전통연희』 등과 『샤를 보들레르 전집』, 『일본의 전통연희』 등 이루다 열거할 수 없다. 그 가운데서도 근래에 출간된 『우현 고유섭 전집』과 『근원 김용준 전집』은 괄목할만한 사업으로 높이 평가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인 고유섭의 저술을 재정비 해주었다는 점과, 역시 우리 근대미술의 주요한 이론가였던 김용준의 저술들을 전집으로 엮어주었다는 것은 이들을 위해서나 우리미술이론의 기틀을 더욱 다지는 일이기에 한층 의미가 있다.
열화당 40년은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어떤 방향과 어떤 일에 더욱 심혈을 기우릴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본다. 내 개인적인 바람의 일단(一短)을 적는다면, 읽는 책(내용)에 못지않게 보는 책(오브제), 읽는 즐거움 못지않게 보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 해주었으면, 인쇄문화가 쇠퇴하지 않는 방편도 모색해주었으면, 그래서 출판의 내일이란 지표를 꾸준히 다져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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