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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노마딕 리포트 2012’전과 ‘한국의 단색화’전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76)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노마딕 리포트 2012’(1부 2.22 - 3.14, 2부 3.23 - 4.15)는 대단히 흥미로운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다. 흔히 국제교류라고 하면 쌍방의 예술가들이 상호 방문한다든가 작품전을 교환한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전혀 유형을 달리함으로써 국제교류의 또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준 셈이다.

‘노마딕 프로그램’은 일종의 레지던스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종전의 그것과는 역시 유형을 달리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예술가가 가거나 와서 일정 기간 체류하면서 창작할 수 있는 공간 서비스의 개념이다. 노마딕 프로그램은 레지던스의 개념을 지니고는 있지만 정주형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유목적이다. 이동식 작업실을 제공하는 유형이다. 지금 열리고 있는 ‘노마딕 리포트 2012’는 이동식 작업기록을 일당에 모은 것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노마딕은 몽골, 남극, 중국, 이란 등으로 이 지역이 환기하는 특수한 장소성이 노마딕 개념을 먼저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몽골 고비사막, 남극의 세종기지, 중국의 윈난성, 이란의 마슬러는 지구의 오지라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창작하기에 쾌적한 환경이거나 이역의 문화를 체험하기에 최대한 편의가 제공되는 공간이 아니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 - 젊은 작가들 - 의 수는 20명에 이른다. 지역마다 특수성에 따라 창작진행이 다르긴 하지만 그곳의 작가들(몽골, 중국, 이란)과의 공동참여 창작 프로그램도 진행시키면서, 보다 직접적인 현장 교류가 이루어졌다는데 더 없이 중요한 체험이었다고 참가자들은 말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노마딕은 나그네체험이다. 인류는 원래 나그네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정주사회로 이른 것이다. 따라서 노마딕 프로그램은 일종의 원형체험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몽골 고비사막은 길이 없음에도 길이 있다. 사막의 여행자가 되어 아득한 인류의 길 만들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중국의 레지던스 참가작가들은 이 ‘길 찾음’을 ‘표류’로 은유한다. 이동과 거주 그것은 끝없는 표류로 이어진 것으로 본 것이다.

이국적인 문화의 만남에서 오는 낯섦과 경이는 닫힌 의식을 일깨우는 촉매가 된다. 노마딕 프로그램은 낯선 지역, 낯선 사람, 낯선 문화를 만남으로써 사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서로를 알리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교류의 장이 열리게 된다.




한국의 단색화 40년
한국미술에 있어 단색화 또는 단색파라는 말은 70년대 중반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까지 한국미술의 중심적인 경향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단색화’(3.17 - 5.13)는 7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단색화운동만이 아니라 이후 최근에까지 이어지는 후기적 현상들을 아우르는 것이다. 단색화에 대한 관심과 주목은 정작 타자인 일본인들에 의해서였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단색파에 대한 관심이 우리미술의 정체성을 논의하기에 이른 것은 미술사적인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는 미술에 있어 정체성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에둘러 집단적인 개성이란 말을 썼을 뿐이다. 정체성이란 말을 사용했다는 것은 우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는 데 그 진정한 의미를 수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단순한 시대적 추세로서의 미니멀리즘의 한 유형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단색화가 제약된 단일한 색채의 사용이란 점에선 색면파와의 관계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색채 가운데서도 유독 백색이 지배적이란 점, 그것이 우리 고유의 정서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갖게 한다. 일본의 비평가 나카하라 유스케가 한국에 있어 백색은 색채의 개념으로서 보다 다른 그 무엇이라고 언급한 것도 우리 고유의 정서를 의식한 것이었다. 70, 80년대는 현대미술의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시대였다. 작가들은 오로지 자신의 이념에 전력투구했을 뿐이다. 전시장을 돌면서 깊은 상념에 젖을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의 당시 상황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단색화에 대한 연구가 너무 미진한 점이다. 무엇보다 이 전시의 중요성이 제대로 간파되고 있지 못하다는데 안타까움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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