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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상수전을 연 윤중식 화백

오광수

오광수 미술칼럼(78)

백세 이상을 상수(上壽)라고 하고 99세를 백수(白壽)라고 하는데 이때의 백은 일백 백(百)에서 한 획을 지운 흰백(白)으로 쓴다. 흰백은 희다는 의미와 더불어 깨끗하다는 의미와 밝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아마도 백세에 대한 경외로움을 나타냄일 것이다. 현재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초대개인전(5.3-6.31)이 열리고 있는 윤중식(1913-) 화백은 우리 나이로 상수에 해당되고 만으로는 백수가 된다. 과거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장발선생이 백세에 이른 예가 있고는 처음이다.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정작 경하할 일은 단순히 백세에 이르렀다는 점이기보다는 그 나이에도 붓을 놓지 않고 창작생활을 영위해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윤중식 화백은 평양출신으로 일본 동경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미술대학)를 나왔다. 해방 전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데뷔하였으며 해방 이후엔 주로 국전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하였다. 그의 화풍은 아카데미즘의 고식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야수, 표현파적인 경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대담한 요약과 분방한 색채구사가 두드러진다. 모티브의 범주는 인물, 정물, 풍경에 골고루 미치지만, 풍경이 양적으로 많은 편이다. 특히 석양의 풍경은 그의 일생을 두고 다루어오고 있는 중심 모티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석양의 화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말미암는다.해가 질 무렵의 풍경은 독특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수평 구도로 논밭이 전개되고 그 너머로는 야산이 이어진다. 그 아래로 띄엄띄엄 농가가 점경되고 때로 농가의 굴뚝에서 저녁연기가 피어오른다. 수평으로 전개되는 밭둔덕, 논두렁을 넘어 마을과 마을의 뒷산으로 이어지는 거리감, 하늘엔 저녁 햇살을 받아 붉게 물든 구름장, 수평구도에 수직으로 듬성듬성 솟아나있는 나무들, 그 나무들에 반영되는 빨간 햇살은 극적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게 한다. 같은 풍경이라도 그리는 이의 화풍에 따라 전혀 다른 감흥을 주는 것은 자연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감동으로 재현해놓는 양식 차이 때문이다. 극적인 색채의 대비가 불러일으키는 직관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고 있다.

자연을 독자적인 우리 양식에 의해 구현해준 작가
일찍이 이경성 선생은 이 같은 윤중식 화백의 작품을 두고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시적 정서에 넘쳐흐르는데 이것은 그가 제작에 있어 우선 전체적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의 작품의 특징은 구성상에서는 수평운동을 주축으로 결정적인 면분할이 이루어지고 그 분할된 면이나 색을 안배한다는 조형의 문법을 창시하고 그것을 되풀이한다는 점이다”고 하였다. 이경성 선생의 지적대로 그의 작품은 우선 굵은 선획으로 전체적 분위기를 파악해 들어가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속에서 자연을 보려는 입장이다. 이는 시각적으로 언제나 직관을 앞세운다는 것이고 그것이 더욱 무르익어가면서 풍부한 관조의 세계로 나아감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시원한 붓질과 감동적인 색채의 대비는 풍경에서 뿐 아니라 인물이나 정물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굵은 선획은 대상을 요약하는 데 더없이 적절하면서도 동시에 평면구성의 짜임새를 유도해주고 있다. 대단히 절제되면서도 풍부한 색채의 감정은 색채화가로서의 그의 또다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의 자연은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그럼에도 자신의 독자한 스타일로 우리의 자연을 구현해준 예는 많지 않다. 그만큼 자연이 육화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점에 있어 윤중식 화백은 우리 자연을 독자한 양식에 의해 구현해 준 대표적인 화가 가운데 한사람이다. 그가 구현한 자연은 한국의 자연이지만 동시에 윤중식 고유의 자연이기도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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