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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조각의 원형감각- 김종영과 박종배의 경우

오광수

조각가는 있어도 조각은 없다고 하면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분명히 오늘의 상황은 조각의 부재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각가들에겐 대단히 섭섭한 말이 되겠지만 우리 주변의 그 많은 전시 가운데 조각전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조각이 팔리지 않아서란 말이 있지만, 이것이 명분이 될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회화는 잘 팔려서 전시가 넘쳐나는 것 인가. 오히려 회화쪽에선 조각처럼 호황을 누리는 분야도 없다고들 한다. 순수조각은 팔리지 않아도 환경조형물은 일거리가 넘쳐나고 있다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조각가들이 환경조형물에 매진하고 있다고들 한다. 기성작가나 신진이나 할 것 없이 환경조형물에 매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니 힘든 작품, 돈도 되지 않는 작품을 왜 하느냐는 이야기가 조각가들 속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조각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조각전을 볼 수 없다는 저간의 사정을 짚어볼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인지 이번 시즌에 열린 두 조각전이 유독 우리의 눈길을 끌게 했다.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 ‘김종영 30주기전 : 김종영, 그 절대를 향한’(6.22 - 7.26)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열린 특별 초대전 ‘박종배’(7.11 - 8.22)전이 그것이다.


김종영은 김복진에 이은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선각자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나 교육 현장을 통해 우리의 현대조각 틀을 잡은 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세워졌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의 작품들은 그의 성품을 닮은 조용한 명상의 분위기를 간직한 미술관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일찍이 비평가 이경성은 “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효과를 의도하고 있는 이 조각가의 예술적 자세는 어느 의미에서는 자기의 본능을 최대한으로 억제하고 있는 금욕주의자인지도 모른다”고 작가론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바로 그러한 금욕주의적인, 어쩌면 옛 선비들에서나 볼 수 있는 엄격한 자기통어의 생활태도, 조형을 통한 사유의 세계에 침잠하는 모습이 작품에서나 미술관 분위기에서 아울러 우러나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거들먹거림도 찾아볼 수 없다. 순리에 의한 조형화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변화를 경험하고 조형의 방법을 탐구하였다. 그리하여 무엇을 만드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더욱 열중해왔다.” 작가의 언술이 작품을 통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자연의 순리에서 그의 조형이 갖는 내밀한 형성의 논리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잊어버린 조각의 원형감각을 새롭게 체험하게 된다.



7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해 지금까지 그 곳에서 작업하고 있는 박종배는 가끔 국내에 작품을 선보이고는 있지만 이렇게 개인전을 통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전시는 문신미술상 수상기념으로 열린 초대전이다. 그의 작가적 태도나 작품의 형성은 우선 꾸준함의 미덕에서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물질과 정신의 관계라는 조각의 본질적인 문제를 그만큼 치열하게 추구해온 작가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상형화의 탐구는 강인하고 집요하다. 어떻게 보면 집념의 형상화라고나 할까. 그의 작품을 관류하는 형태의 대립적인 개념들이 자아내는 치열한 존재감은 조각이 지닌 원형감각의 회귀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형태 속에 내재하는 생명의 리듬은 하나의 필연으로 작용하면서 연작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도 만들어진다기보다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조각이 부재한 시대, 이미 30년전에 타계한 한 선각자가 보여준 조각의 원형감각, 그리고 현재도 왕성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한 중진 조각가의 원형에의 탐구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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