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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현대는 매너리즘의 시대인가

오광수


현대는 매너리즘의 시대인가
- 오늘 미술에 대한 한 단상


매너리즘(Mannerism)이란 말은 본래 수법이란 마니에라(Maniera)라는 이태리어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매너리즘이란 이 본래의 의미에서 약간 벗어난 일종의 창작의 슬럼프현상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본래의 의미와 약간 근접한 것은 자기 양식을 자기가 베끼고 있다는 일종의 자기모방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미술사적으로 그 내용을 추적해보면 그것이 지닌 시대적 의미와 가치가 결코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사전적인 내용을 간추려보면 전성기 르네상스에서 완성된 고전주의의 뒤를 이어 16세기에서 17세기 초까지 유럽 전체를 풍미한 예술양식으로 요약된다. 더욱 구체적으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보면 매너리즘의 형성 배경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르네상스의 거장들(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이 예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루어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지 않다고 본 경지에서 뒤에 오는 예술가들이란 앞선 거장들의 수법만을 모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매너리즘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뒤에 오는 예술가들이 거장들의 작품에서 그 정신은 하나도 배우지 않고 단순히 그 수법만을 모방한 것을 매너리즘이라 하고 그러한 모방현상이 풍미한 시대를 매너리즘시대라고 명명한다는 것이다. 이 지적 속엔 고전주의 예술을 정신적으로 계승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교적으로 모방하는 것에 안주한 쇠퇴기의 양식이란 부정적 견해가 두드러진다.
이 지점에서 모방이란 어휘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참으로 독자적인 것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모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경우 모방이란 애오라지 창조적 모방을 가리킨다. 예술의 맥은 이같은 창조적 모방에 의해 전개된다는 사실은 이미 숙지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매너리즘은 이같은 창조적 모방에서 벗어난 것임을 이상의 지적은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선 매너리즘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을 간추리면 르네상스와 바로크 사이의 과도적 예술양식이란 것, 고전주의 양식의 완성된 표현에 대한 반발로서 반고전주의적 양식이란 것, 16세기 유럽 전체의 정신적 위기를 반영한 양식이란 것, 르네상스 문화의 계승발전으로 또 다른 차원의 미적단계란 것 등이 그것이다. 일방적으로 폄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젊은 세대들의 단세포적인 사고가 유행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매너리즘인가 하는 단서는 현재 우리의 미술상황이 어쩌면 매너리즘 시대와 유사하다는 점과 아울러 매너리즘적 요소가 풍미하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이다. 그것은 또한 매너리즘 시대가 위기의 상황이듯 우리에게 직면한 상황 역시 정신적 위기 또는 정신적 공황에 직면해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에서다.
앞선 시대, 19세기와 20세기는 미술사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였으며 어떤 면으로 보면 회화가 위대했던 시대라고 평가하기에 주저함이 없게 한다. 이같은 앞선 시대에 비하면 21세기 초두인 현재는 마치 르네상스의 한갓 기교적 모방에 급급했던 매너리즘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를 떨칠 수 없다. 많은 매너리즘 연구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매너리즘 요체인 데카당스가 우리 주변에 풍미하고 있다는 사실에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복잡하고 거괴한 구성, 부자연하고 치기만만한 표현, 복잡하고 우의적인 구현 등 한결같이 사람들의 눈을 끌기만 하면 된다는 수단이 특히 젊은 세대 작가들에서 두드러지게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놀랍고, 기발하고 전에는 보지못한 것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단세포적인 사고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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