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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미술과 음악의 역학관계

송미숙

현대미술에서 음악과의 연관성을 논할 때 대체로 객관적 사실이나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주관적인 감정의 세계가 표현의 주된 목표일 경우에 등장하곤 한다. 지난 4월 퐁피두에서 회고전이 열렸던 추상미술의 대가며 아마추어 이상의 대단한 실력을 갖춘 바이올린 주자이기도 했던 칸딘스키는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이 인식했듯이 음악이 어떤 유형의 예술보다 작가의 내면감정을 표현하며 그 감정의 교류를 매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르라는 점에서 미술과음악의 역학관계를 중요시여겼던 차원을 넘어 음악에서 그가 전달하고자했던 정신성, 혹은 내적 필연성의 조형적 등가물을 추구하거나 추출하고자 했다. 가령 예를 들어 칸딘스키에게 물감의 중첩이나 번지기를 통한 추상적 색채 효과는 음의 다음 합성구조나 울림을 시각적으로 옮긴 것에 다름 아니며 즉흥, 혹은 구성 / 작곡(composition) 과 같은 작품의 제목 또한 음악의 그것을 차용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쇼펜하우어로 거슬러 올라가는 미학적 원리, 즉 음악 이외 양의 세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최상의 추상예술이라는 관점이 작용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하는 사실이다. 사실 칸딘스키 외에도 모더니즘 미술에서 음악은 그와 동시대 작가들, 특히 오르피즘 미술가들 뿐아니라 파울클레에게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홍승혜의 건축적 양식에서 음악의 카논과의 역학관계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 한 달 동안 청담동 갤러리 2에서 열린 홍승혜의 최근작은 그가 이제까지 해오던 ‘픽셀 추상’의 새로운 유기적 국면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국면이라 함은 작가 특유의 유기적 기하학의 작업방식이나 형태 혹은 표현의 변화에서 파생된다기보다는 기존 형식에 음악적 장치와 언어의 도입에서 찾아진다. ‘음악의 헌정(Musical Offering)’이란 타이틀로 음악에서의 영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작가는 소리의 크기와 높이를 시각적으로 해석한 컴퓨터 출력물로 이루어진 대형 스티커 벽화, 속도에 관한 입체작업과 설치에서 음악적 의도와 읽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인 ‘음악의 헌정(A Musical Offering)’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1747년 프러시아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제안한 테마에 기초해 즉흥적으로 작곡한 카논Canon 형식의 변주곡이다. 음악에서의 ‘카논’은 원래는 원칙이나 규범, 혹은 두 번째 소리가 유래하는 지시를 뜻하며 엄격한 모방의 구성 혹은 구절을 뜻하기도 하지만 모방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인 반복, 도치, 역행, 확대, 축소, 혼합 등은 홍승혜의 ‘픽셀 추상’작업의 새로운 조형적 방법의 근간이기도 하다. 여기서 홍승혜가 주목하고 있는 ‘카논’은 규칙을 설정하고 그 규칙을 따르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푸가(Fugue) 다시 말해 규칙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제시하는 것, 따라서 이러한 음악의 성질은 어쩌면 우리의 삶의 모든 국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라는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살아 있는 세포들이 리드미컬한 반복과 변이를 무한히 계속하듯이 홍승혜의 끊임없이 연결되는 이미지들은 음악적 언어로 번안되어 새로운 유형의 조형적 ‘악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홍승혜의 최근 작업에서 주목되고 있는 음악과의 역학관계는 20세기 초 칸딘스키나 오르피즘작가들이 드러냈던 관심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홍승혜의 구성적 특징은 ‘얼어붙은 음악(Frozen Music)’이라 불렀던 건축과의 연관성에서 찾아지며 건축의 수학적, 기하학적 -모듈의 반복과 리듬, 황금분할에 기초한 비례 법, 등의- 요소와 음악과의 관계의 연원은 르네상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더 근원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픽셀추상작업에서 감지되는 건축적 양식에서 음악의 ‘카논’과의 역학관계는 우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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