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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스크로서의 사진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13)

현대미술에서 사진은 대중매체의 권력 지향적이고 포퓰리즘 적 시각문화를 논평하기위한 사실의 재현수단으로 또는 우리의 육안이 포착하지 못하는 정밀성과 객관성을 지닌 카메라의 본질에 착안한 극사실의 현실을 담기위해 이용되거나, 혹은 대지예술, 퍼포먼스와 같은 한시적이고 장소특정적인 미술을 기록하기위한 아카이브 자료로 사용되기 시작하며 매체의 진가와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순수미술의 하나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지도 이제 꽤 오래 됐다. 최근에는 경매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이제 사진은 회화나 조각 못지않은 호가로 판매되기도 한다.

사실 1844년 발명된 이래 근 170여 년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진은 다른 순수미술매체와는 달리 상당한 변화를 거쳐 왔다. 감광지가 발명되기 이전의 다게레오 타입 Daguerreotype 은 오늘날의 명함과 같은 기능을 했는가 하면, 고고학의 발굴현장 혹은 과학수사의 객관적인 증거자료 아카이브이자 기록물이기도 했다. 19세기의 쿠르베, 마네, 드가, 에이킨스 Eakins 와 같은 미술가는 사실재현의 도구로 심심치 않게 사진을 사용했고 마네나 드가가 일상의 단편 slice of life 효과를 내기위해 스냅사진의 크로핑 기법 cropping device을 모방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사진테크놀로지는 만 레이나 모홀로 나기의 포토그램이나 레요그라프 같은 실험사진, 마이브리지나 마레이의 연속사진기법은 모더니즘미술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 상업사진의 이미지 조작이 아닌 사진의 고유한 속성을 탐구한 순수사진 straight photography 은 오랫동안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고 스티글리츠, 스타이켄, 앤설 애덤스, 폴 스트랜드가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은 오랫동안 순수미술의 서자취급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상당수의 사진작가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사진관을 운영하거나 신문사나 잡지사에 고용되어 상업사진작가로 다큐멘터리 사진 혹은 유명인의 초상사진을 찍었다.

가면을 쓴 사람들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회 (위원장, 김영수)가 기획하고 현 서울 시립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있는 이 수균 씨와 퐁피두의 전 사진부장인 알랭 사약 (Alain Sayag)씨가 공동 큐레이팅한 첫 번째 국제 사진전인 (성곡미술관 (11월 13일~12월 31일)은 사진의 본래 속성이라고 믿어왔던 사실의 객관적 재현과 복제라는 관념의 이면을 파헤쳐 사진은 오히려 가면과 같이 어떤 것을 가리거나 더 부각시키기 위해 현실을 감추거나 왜곡, 혹은 조작하는 속임수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20세기 초의 라르티그 Lartigue, 만 레이의 보석 같은 소품들로부터 브라사이, 1960년대의 윌리엄 클라인, 다이엔 아버스, 현대의 오를랑, 앤디 워홀, 신디 셔먼, 소피 칼, 발레리 블랭 Belin으로부터 한국의 구본창, 오형근까지 줄잡아 100여 년간의 역사를 이미지에 실제 가면을 씌우거나 샷을 겹치게 하면서 또는 디지털, 포토샵 등의 기술적 조작을 통해 대상의 재현을 거부하는 사진의 또 다른 이면을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시는 현실의 가장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재현이라고 믿는 사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자 논평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관음증과 노출의 이중행위의 아이러니를 매체의 특성으로 갖고 있는 사진예술이 포착한 이미지세계의 사실과 허구, 진실과 허위, 겉과 안, 현실과 상상의 더블 테이크이자 이분구조에 대한 제시이기도 하다. 기법과 스케일이 나날이 화려해지고 스펙터클해지는 최근의 사진 예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게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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