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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백남준 전 : 랜덤 액세스 Random Access의 정치학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16)

지난 3월 13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올해 첫 기획전, 랜덤 액세스 Random Access 전시가 있었다. 신 소장품을 포함하여 상설전을 전면적으로 재편성해 보여주는 기획전의 오프닝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장, 오광수 문화예술위원장을 비롯해 상당수의 젊은 외국인은 물론 미술관계자, 용인근교의 주민들, 학생들이 참석, 성황을 이루어 새삼 백남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백남준의 위상은 각별하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으나 고등교육을 일본에서, 본격적인 현대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유학하고 거기서 시각예술로 전향한 후 미국에 이주, 거기서 반생을 보냈으니 그를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이 배태해낸 작가라 부르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국적의 논란은 차치하고 분명한 것은 그가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고 어디를 가든지 그의 작업에는 항상 한국의 때와 향수, 언어, 사고방식이 각인되어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의 방식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에 그는 또 각별하다. 아울러 그는 한국미술가로서는 최초로 국제미술계에 그것도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이름을 남기고 있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국현대미술을 다룰 때나 혹은 한국미술가로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때 그를 비껴갈 수는 없다. 백색 소음 white noise에서부터 수퍼 하이웨이 개념까지, 슈비터스식 다다에서 플럭서스, 디지털 아트를 넘나들며 사이버네틱스에서 업/인연을 읽어낸 그의 작업방법의 핵심은 랜덤 액세스며 그의 의도는 사람과 사람, 영혼과 영혼을 잇는 샤만 적 미션이다.

1994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 국가관에 한스 하케 Hans Haacke 와 함께 참여, 독일관에 황금사자상을 안겨주었던 때의 출품작인 <징기스칸>은 이번 기획전시의 하이라이트이자 아티스트로서의 백남준의 사상의 핵심을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후자는 백남준 아트센터가 앞으로 표방하고자 하는 백남준 새로 읽기, 부연해 백남준을 이제까지 서양이나 그에 경도한 이론가들이 그래왔듯이 서양 현대미술의 계보나 틀 속에 끼워 넣기 보다는 몽골의 후예인 한국인 백남준의 문화적, 언어학적, 고고학적 뿌리와 그의 서사적 잣대로 그의 잡다한 작업을 해석해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층에는 위에서 언급한 <징기스칸>을 시작으로 포스터, 비디오 조각, 드로잉, 퍼포먼스 사진과 비디오 기록물 혹은 언어놀이들을 예시하는 작업들로 배치하고 2층에는 백남준 아트센터의 큐레이터들이 각기 백남준과 그와 연관된 작가들과 병치해 비교해 보이는 방식으로 꾸몄다. 건물외관에 비해 비좁은 전시공간은 관장/큐레이터 특유의 야심찬(?) 전시방식으로 더욱 협소해 보이는 단점은 있으나 관람객에는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백남준 아트센터를 갈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며 그의 작업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한국현대미술사 연구자의 입장에서 사뭇 아쉬운 점은 백남준 아트센터가 그의 작업에서 가장 소중한 백남준 아카이브를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에 내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그간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 아카이브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거국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될 것이라 보인다. 백남준의 60년대 초기시절의 작업은 독일학자, 미술관계자들에 의해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나 한국의 백남준 연구자들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분류 분석, 정리 작업 중에 있다고 하는 스미소니언 아카이브에 대한 학문적 교류방식에 대한 국가간의 어떤 공감대가 있어야할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백남준의 조카이자 지적 유산의 소유자인 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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