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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 혼돈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이 올 해 초, 설계공모 당시만 하드라도 세계적인 미술관의 하나로 만들겠다는 관장의 야심찬 포부가 무색하게 지금의 건축 진행상황은 아직 삽질도 시작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기무사 옆 건물 병원을 이전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기무사 건물자체가 그동안 역사와 함께 본 모습이 변질됐는데도 불구하고 최초의 내국인이 설계한 한국식 바우하우스 건물이라는 이유로 문화재로 지정, 헐어버리고 새 건물을 짓겠다던 당초의 계획은 수정되어 기존건물을 복원, 이를 감싸는 리모델링 계획으로 수정되었던 사실은 이미 주지했던 바다. 이 계획대로라면 5월 말에 최종설계안이 채택되어 지금쯤은 주변이 공사로 시끄러워야 할 때다. 지지부진하게 답보상태에 있는 이유는 원래 기무사 뒤뜰에 놓여 있던 현재 정독도서관에 안치돼 있는 종친부 사당(?)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이 의사결정을 못한 채 있다가 미술계 몇몇 인사들의 자문을 얻어 결국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2012년 개관을 목표로 한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는 거의 두 달에 가까운 귀중한 시간을 소모한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고려해봐야 할 문제는 과연 종친부 건물이 제자리로 돌린다는 명분을 제외하고 기획전 중심의 열린 프로그램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 분관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 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재 자리하고 있는 도서관 환경에 경외와 근대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종친부 건물이 더 합당치 않을까? 자문을 한 어느 미술계 인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기획 역량의 부족을 문제 삼아 서울관의 규모를 축소해도 무방하다는, 그래서 종친부 건물이 서울 관에 놓여도 좋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공간의 규모와 기능을 혼동한 견해다. 아울러 장르의 구분이 모호하고 다양해 졌을 뿐 아니라 화이트 큐브공간에서 벗어 난지도 한 참이 지난 동시대 현대미술을 생각할 때 절대 공간의 확보와 작품이 놓이는 공간의 지정학적 사회문화적 맥락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커지고 있다. 물론 여기서 선행되어야할 조건은 역량 있는 큐레이터들의 발굴과 이들의 확보다. 실제로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는 숫자로 볼 때는 결코 적은 것은 아니고 대우도 꽤 높은 편이지만 이들의 역량이 국제적 수준의 큐레이터들에 준하냐는 데에는 의문을 제기할 사람이 많다.

지금은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전문인으로 보편화 되었고 그러한 역량만 있으면 미술사를 전공으로 하지 않아도 작가를 포함해 누구든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본래의 의미는 컬렉션을 관리하고 연구, 보존하는 박물관·미술관에 종사하는 이들에서 기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드라도 큐레이터하면 대체로 반백의 연배가 상당한 이들이었으나 요즘엔 새파랗게 젊은 30대 초반의 기관에 속한 혹은 독립 큐레이터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이 확장되고-이전에는 국공립 미술관/박물관에만 국한되었던 전시공간이 경제적 부를 축적한 사기업들이 잉여자본의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수장하기 위해 세운 사립미술관, 문화재단들이 속속 전시공간을 확보하면서-그에 따른 현대미술 기획전시가 폭증함에 따라 큐레이터들의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한국의 사립미술관들의 형편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어서 역량 있는 큐레이터의 영입은 차치하고라도 있는 인력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full-time 의 인력을 쓰려면 적정 보수 외에 다른 보장혜택도 주어야하기 때문에 상업 화랑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공간만 대여하는 외부 기획전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관을 계기로 노출된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들의 수준과 역량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객원 큐레이터제도를 정착시키는 방안도 서울 관 건립과 더불어 심도있게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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