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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다다익선 혹은 공멸작전

송미숙

송미숙 미술시평(22)

광주비엔날레를 필두로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가 연이어 막을 올렸고 올해 첫 선을 보인 아트광주, 제9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비엔날레의 열기에 가세해 우리 미술계를 달구었다. ‘예수보다 어린(Younger than Jesus)’이란 전시로 뉴욕의 총아(darling)로 부상한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의 인기를 반영하듯 뉴 뮤지엄의 재단이사회가 대거 광주를 방문하는가 하면, 구겐하임, 모마에서도 속속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 어느 비엔날레보다 예산이 최고로 많다는 소문이 있어서인가 혹은 최근 세계 특히 구미 경제 악화 및 침체로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고 있는 아시아에 서구인들이 이목의 집중에 대한 여파로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은 외신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여기에 상해에서 열리는 엑스포와 여러 미술프로그램도 한 몫을 하고 있어 대부분의 외신, 혹은 미국의 미술관 관계자들의 여정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포함되고 있다. 이러한 광주에 대한 외국미술계의 관심은 자연히 서울로도 이어져 서울국제미디어아트 비엔날레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신·미국미술관들의 요란한 관심과는 반대로 국내의 반응은 그리 높지 않고 오히려 시큰둥한 편이다.


<광주비엔날레의 명암>
밀라노에서 가죽패션을 주도하고 있는 트루사르디가 세운 재단(Fondazione Trussardi)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큐레이터로 10여년 일하면서 국제미술계에 등단한 지오니의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대규모의 페스티벌 성격과 일시성이 강하며 참여형 비엔날레 전시라기보다는 사람들과 이미지, 이미지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관계성을 탐구하는 전형적인 미술관형 테마전시다. 민중시인 고은의‘만인보(10,000 Lives)’를 타이틀로 1901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록 다큐멘터리 사진, 앨범, 민예품으로부터 김상길을 포함한 젊은 생존 작가들의 그것들까지 총 31개국의 10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사진 비평가 수전 손탁(Susan Sontag)의“산다는 것은 곧 사진으로 찍히는 것이다(To live is to be photographed)”라는 경구를 부제목으로까지 생각했다는 지오니의 말대로 단연 사진이 압도적이다. 감독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이런 테마의 전시를 구상해왔었다는 지오니의 전시는 충분한 사전계획과 숙고를 거쳤기 때문인지 한 마디로 동선이 확실하게 정리되고 흠잡을 데 없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의 배치와 공간구성, 관객의 호흡과 강약의 리듬을 효과적으로 또 균형 있게 조절된 연출을 보여주었다.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개념적인 두뇌놀이를 강요하지 않고 관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이고 이미지 중심의 전시는 어느 큐레이터 말대로 연출하기가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구현해내고 있어 오랜만에 깔끔하고 좋은 전시를 보았다는 인상이다. 단 하나 옥의 티가 있다면 동선의 맨 끝 전시실은 어수선한 숍으로 이어져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며 이는 올해로 16년째 접어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옹색하기 짝이 없는 부대시설로 직결된다. 광주비엔날레는 국내에서 열리는 다른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예산도 풍부하고 독립된 재단에 CEO까지 두고 있는데 참관인을 배려하는 휴게공간, 부대시설, 주변정리에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6회째로 접어든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는 우선 타이틀부터 비엔날레 첫 회 전시에 사용했던‘미디어 시티 서울 2010’으로 되돌아간 데에 대해 첫 비엔날레 감독을 지냈던 필자에게는 특별히 감회가 새로웠다. 거대 규모나 담론보다는 소규모의 커팅 에지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차별화를 꾀한 듯한 전시는 나름대로 차분하고 구성력은 돋보였으나 왜‘미디어’아트비엔날레인가, 첨단으로만 치닫는 미디어테크놀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비평적 성찰이 부재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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